이상하게 두렵지 않은 밤
거짓처럼 환한 당신을 만나요
서쪽으로 기우는 빛이
아직 여름 담은 연두 이파리를
짙푸르게 물들여
선명하지 않게 이지러진 밤
가을 닮아 선선한 당신을 만나요
어둠이 이기지 못한 빛이
아직 햇살 담은 오렌지빛 구름을
또렷하게 밝혀
오 당신은 마침내 오신
나의 가을인가요
그대 허리를 꼭 껴안고는
코스모스 든 아이처럼 웃었어
오 너는 내가 찾아 헤맨
짙은 밤인가 봐
그대 머리가 폭 파묻힌
어깨엔 웃음이 잔뜩 흘렀어
바르고 곧은 내 빛이
네게 한 떨기 위로이길 바랐다고
그리 말한 당신 덕에
벅차게 환한 당신에
마치 딱 맞는 어둠이길 바랐다고
나는 기꺼이 이렇게
빛을 샘내지 않는 밤으로
당신을 기다리는 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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