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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Sep 26. 2022

밤에 만난 사람


이상하게 두렵지 않은 밤

거짓처럼 환한 당신을 만나요


서쪽으로 기우는 빛이

아직 여름 담은 연두 이파리를

짙푸르게 물들여


선명하지 않게 이지러진 밤

가을 닮아 선선한 당신을 만나요


어둠이 이기지 못한 빛이

아직 햇살 담은 오렌지빛 구름을

또렷하게 밝혀


오 당신은 마침내 오신

나의 가을인가요

그대 허리를 꼭 껴안고는

코스모스 든 아이처럼 웃었어


오 너는 내가 찾아 헤맨

짙은 밤인가 봐

그대 머리가 폭 파묻힌

어깨엔 웃음이 잔뜩 흘렀어


바르고 곧은 내 빛이

네게 한 떨기 위로이길 바랐다고

그리 말한 당신 덕에

벅차게 환한 당신에

마치 딱 맞는 어둠이길 바랐다고

나는 기꺼이 이렇게


빛을 샘내지 않는 밤으로

당신을 기다리는 밤으로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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