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이른 저녁
빛은 가물거리고
눈앞에 내려온 동그란 빗방울
일정하게 똑딱거리는 메트로놈
토독토독 종이 위를 두드리는 악상
눈동자 닮은 방울방울 동그라미가
오선지 위 음표를 그려낸다
유난히 또렷한 눈빛에
강한 세상은 더 독해져서
못 이기는 척 져도 된다는데
너는 기어코 눈을 뜬다
그리곤
보름달 만한 물을
한 움큼 삼킨 눈동자로
여전히 다정한 맘을
한가득 채운 눈동자로
하나하나 바른 음표를
직선으로 내 그어
다갈색 두 눈동자 빛은
그토록 또렷하게 남아
오선지 위로
토독토독
보인적 없던 찬란한 빛은
언제나 그렇게 있었듯이
오선지 위로
찰랑찰랑
희뿌연 오늘 저녁
내 오선지 위에
네 눈빛으로 그린 음악이라면
네 잘못이 아니야
너의 최선임을 알아
시간이 조금 필요해
그대로 너다워도 돼
빛을 잃지 말아 줘
희뿌연 이 밤
내 어딘가 있을
네 눈동자를 빌려 그리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