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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Sep 05. 2022

음표


희뿌연 이른 저녁

빛은 가물거리고

눈앞에 내려온 동그란 빗방울


일정하게 똑딱거리는 메트로놈

토독토독 종이 위를 두드리는 악상

눈동자 닮은 방울방울 동그라미가

오선지 위 음표를 그려낸다


유난히 또렷한 눈빛에

강한 세상은 더 독해져서

못 이기는 척 져도 된다는데

너는 기어코 눈을 뜬다


그리곤

보름달 만한 물을

한 움큼 삼킨 눈동자로

여전히 다정한 맘을

한가득 채운 눈동자로

하나하나 바른 음표를

직선으로 내 그어


다갈색 두 눈동자 빛은

그토록 또렷하게 남아

오선지 위로

토독토독


보인적 없던 찬란한 빛은

언제나 그렇게 있었듯이

오선지 위로

찰랑찰랑


희뿌연 오늘 저녁

내 오선지 위에

네 눈빛으로 그린 음악이라면


네 잘못이 아니야

너의 최선임을 알아

시간이 조금 필요해

그대로 너다워도 돼

빛을 잃지 말아 줘


희뿌연 이 밤

내 어딘가 있을

네 눈동자를 빌려 그리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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