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가 불편한 너에게,
부모님께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독립한 내가 부모님의 생각과 행동 양식을 따르지 않는 모습에 너는 불효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회와 조직이 요구하는 관습이 개인에게 폭력이라 느껴질 때 옳지 않다 목소리를 높이는 내게 너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능력껏 공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실력을 쌓으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내게 너는 여자가 욕심이 많다고 평가했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없이 많았던, 이해되지 않는 바깥 테두리의 언사가 유쾌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개인이 선택한 가치와 행동의 자유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른 이를 다치게 하지 않는 범주 안에서 개인의 생각과 행동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 사상의 자유란 결론을 미리 맺어놓지 않고 끊임없이 사고하는 지난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어느 곳에서나 자주 핍박받고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 자유를 근간으로 한 다양성의 인정이란 발전의 중요한 기폭제라는 것. 책을 읽으며 200년 가까이 되는 시간 이전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써 내려간 이가 있다는 사실이 꽤 위로가 됐다.
나의 생각과 행동을 반대하는 너를 그대로 인정한다. 나와는 다른 너의 가치 테두리 안에도 의미 있는 선은 있을 수 있다 믿기에. 다만 너도 나를 다른 존재로 그대로 인정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현대지성,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