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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Jan 26. 2024

황금종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던 너에게,


아직 학교와 부모님 울타리 안에 있는 너는 스스로 돈을 벌고 쓰는 내 삶을 부러워하며 말했었다. 돈을 아주 많이 벌어야겠다 생각한다고. 살면서 나 스스로를 포함해 돈이 (진정) 싫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으나, 근 십여 년 간 돈에 관한 사람들의 관념이 어마어마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생각을 부쩍 한다.


본인이 직접 축적하지 않은 돈으로 호화로운 인생을 사는 삶이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선망받고, 돈이 얽힌 문제라면 가족, 연인, 친구, 도덕, 인생 같은 것들은 쉬이 저버리고, 돈을 왕창 버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라는 듯 수많은 아름다운 노고는 우습게 무시당하는 모습이 “돈은 인간의 실존이자 부조리”라는 책의 구절을 백번 이해하게 했다.


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한 돈이 생산하는 부조리를 어쩔 도리 없이 계속해 목격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이 없다. 다만 하루라도 세상에 덜 때 묻은 네게 주문을 걸 수 있다면, 너의 능력과 사력을 다해 정의로운 방식으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 그렇게 잘 번 돈으로 조금은 소외된 세상과 사람들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베푼다면 더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의 노예로 사는 것 대신 돈 위에 군림할 줄 아는 인간의 존엄을 증명하며 매일을 살아내길 소망한다. 나도 그렇게 살겠노라고 너에게 약속한다.


사유하는 한 종속되지 않는 삶임을 깨닫기를 바라며.


조정래, 『황금종이』, 해냄출판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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