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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Jun 02. 2024

시장


날이 좋더라

몰아둔 빨래를 돌리고

창으로 불어든 햇살

몽글한 솜사탕 구름 담아

내리쬐는 봄바람에

바삭하게 마르는 옷 가지


꾸벅 졸다가

지구 색을 닮은 원피스

가볍게 걸어낼 신발

바삭함과 싸울 선글라스

왠지 모를 설렘에

싱긋하게 내디딘 발걸음


생각 없이 손에 쥔

현금 팔천 원

줄 잔뜩 선 집 옆

설탕 가득한 찹쌀 도너츠

입가엔 설탕 잔뜩 묻혀가며

귀는 반짝하게 눈은 쫑긋하게


이름보다 더 예쁜 톡톡한 오디

신화 속에서나 나올 듯한 보리수

매혹적인 빨강색 오통통한 체리

하나만 먹을 수 있는 대추토마토

알알이 빛나는 포도주 빛 포도


생각 없이 들고 온

현금 팔천 원

겨우 훔쳐보는 삶

생기 있는 사람들 사이

눈가엔 질문 가득 묻혀서는

귀는 반짝하게 눈은 쫑긋하게


또 가야지  

또 봐야지

시장은 넓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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