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땅

by 오제인리


먹구름 몰려오던 그 날
애써 웃으며 떠난 그대
유난히 맑은 하늘 아래
소식을 전해 오셨네요

오래오래 목을 빼고
기다리던 소식인데
마음이 달칵 내려앉아
울컥한 눈만 누릅니다

나와 같은 나이었던가요
이 땅 위로 빨갛게 녹아내린
저 들녘 푸름 같은 청춘
그대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나는 계속 나이가 들어
점점 더 어른이 된다는데
그대는 지지 않는 꽃으로
이 땅 위에 피어계실 테지요

용기도 없이 숨은 내 마음
겨우 비겁히 살아낸 오늘
용서하지 못할 나의 삶은
당신 주신 땅에 발디딥니다

그대가 남긴 이 땅 위에
고요한 나의 시간은
고통스럽게 흐릅니다
편히 잠드소서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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