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공간을 지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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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팀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확정되자 몇몇 팀원들은 바빠졌다. 링크드인부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까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SNS)를 이 잡듯 뒤지며 새로운 팀원에 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알아내 공유했다. 내가 팀에 들어올 때도 같은 일이 벌어졌겠구나 생각하니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갑자기 낯설어졌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큰 관심이 없다. 누구랑 어디에 갔고 뭘 먹었고 어떤 차를 타고 어떤 집에 사는지 같은 개인적인 생활 말이다. 특히나 일을 시작하고 난 후에는 회사 안팎에서 무작위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 일상사를 공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간혹 일을 하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아무런 대가 없이 내 인생의 오랜 인연으로 남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도 깨달은 지 오래다. SNS 계정을 서로 팔로우하고, 보여주고 싶은 서로의 일상에 좋아요를 눌러 관심을 표현하다가 그 피상적인 정보들을 험담의 주재료로 삼는 사람들을 꽤 목격했다. 그런 의미 없는 사회생활로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근무했던 회사 중 어떤 회사에서는 따로 내선 전화나 업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없어 개인 휴대폰 번호와 메신저를 이용해야 하는 곳이 있었다. 수월한 업무 처리를 위해 PC를 휴대폰과 연동시키자 더 난리가 났다. 어마어마한 목록의 회사 사람들 (이미 퇴사한 사람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과 고객사의 연락처가 내 개인 휴대폰에 자동으로 입력된 것은 물론 내 개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에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인 프로필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마치 내가 가꾸던 아주 작은 정원에 길을 지나던 행인들이 마음대로 쳐들어 온 기분이었다. 더구나 회사 별로 팀 별로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초대되어 생겨나는 단체 채팅 방은 얼마나 많은지. 나의 평화로운 시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메시지 알림 소리가 머리를 아프게 했다. 퇴사를 하고 마음대로 자리 잡은 연락처와 채팅 방을 정리할 때까지 짓밟힌 꽃이며 열매가 다 떨어진 나무만 그득한 내 정원은 그대로 버려두어야 했다.
인간의 새로운 삶을 지원하고 보장해 준다는 신기술과 시스템이 개인의 시간과 공간을 침략하는 외계인으로 둔갑하는 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 같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끼던 이들의 소식을 알 수도 있고, 지구 상의 수많은 아름다운 곳들과 사람들을 탭 몇 번으로 찾고, 이역만리 타국에 있는 사람들과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돕는 오늘의 기술을 정말이지 좋아한다. 다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그 기술들을 사용하는 대신 한가롭고 평화로운 나의 삶을 종종 희생시켜야 한다는 점 때문에 마냥 좋아하기는 어려울 뿐이다.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란 필요할 때는 기술을 마음껏 활용하되 화려한 신기술이야 필요 없는 내 작은 정원은 꾸준하게 가꿀 줄 아는 지혜로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