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와 희망은 항상 함께
작년에 브런치에 "2024년 새해를 시작하며"라는 제목으로 쓴 글을 읽어보니 해마다 했던 결심, <다이어트>와 <글쓰기>가
역시 가장 중요한 새해 할 일로 적혀 있다. 새해에 다짐하는 결심은 항상 작심 3일로 끝나곤 했으니 더 말해 뭐하겠냐만 작년처럼 안지켜보기도 참 힘들게 안 지켰다. 2023년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몸무게 숫자를 지금도 가지고 있으니 작년 뿐 아니라 벌써 1분기가 지난 올해도 여전히 마음만 가득 뿐 실천이 안되고 있는 다이어트도 그렇고 특히 '글쓰기'는 작년 9월 이후로 개점 휴업이다.
새해 결심 다이어트와 글쓰기는 실천하지 못했어도 2024년은 기억에 많이 남을 해가 될 것 같다.
2023년 미국 여행 당시 중대한 실수를 해서 (곧 글로 발행할 예정) 아메리칸 에어라인에 환불 받지 못하고 크레딧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티켓이 있었고 4월 20일 전에 사용해야 해서 그 티켓으로 갈 수 있는 곳 중 하와이를 골라 열흘 동안 여행을 다녀온 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영어 연수로, 또 친구들과 가본 적이 있지만 남편하고 둘이 꼭 제2의 신혼 여행을 간 것 처럼 편안하게 지냈던 기억은 지금도 꿈 같은 생각이 든다. 이때 까지만 해도 정말 좋았다. 2024년이 최고로 좋은 일과 최악의 일이 같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일이라지만 그땐 참 너무하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여행을 다녀 온 후 연례행사로 해 온 건강검진을 했다. 보통은 결과지를 우편으로 받기 때문에 그때도 당연히 우편으로 받았는데 한 일주일쯤 있다 검진센터에서 내원을 하라고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지? 약간은 두려운 마음으로 가보니 일단 나는 뇌시티 결과를 들을 수 있는 안내를 받아 의사에게 가니 '빈안장증후군'이 보이니 서울 큰병원으로 가보란다. 빈안장증후군? 생전 듣도보도 못한 증세를 들으니 현실감이 없었다. 그게 뭐예요? 왜 생기는 거예요? 뇌안에 있는 '안장'이라는 기관이 텅 비어 있고 보통 '뇌암'이라든가... 그때부터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뇌종양으로 일년 정도 투병하시다 돌아가신 이모 생각이 나면서 나도 내일이라도 죽는다고 생각하니 '엄마는 어쩌지? 남편은? 애들은?' 어디가서 사주 보면 '오래 산다고 했는데, 말년운이 좋다고 했는데' 다들 사기꾼이었나? 검진센터에서 서울 큰 병원으로 의뢰를 해주더니 언제 가라고 하는 말을 듣고 나오는데 벼라별 생각이 다 났다. 큰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일주일 후에 가서 결과를 듣고 거의 한달을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 기억도 안난다. 남편에게 요리를 가르쳐야 하나, 아이들(사실은 다 큰 성인이지만)한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녹음을 해놔야 하나? 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이 보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증세를 겪고 있고 일년에 한번씩 추적 검사만 하면 아무 문제 없다는 결과를 듣고 '뇌암'이란 단어를 먼저 꺼낸 의사가 원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다시 태어 난 것 같은 안도감으로 '착하게 살아야지'를 수없이 중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내 건강검진결과가 아무것도 아닌걸로 결론 나자 마자 남편의 검진 결과 때문에 노심초사 했었다. 3~4년 전부터 건강검진결과지를 보며 PSA수치가 높다면서도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내 조언을 무시하더니 결국 암으로 진행되었다. 전립선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갑다 무시하더니 2기도 아니고 3기라고 해서 전립선과 주변 조직까지 들어내는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른 기관으로 전이가 되지 않아서 다행으로 여기고 검사하고 결과보러 가고 또 조직검사하러 가고 수술날짜 잡고 수술할 때 까지 일각이 여삼추로 기다리고 수술결과 보면서 치료하느라 2024년 하반기가 다 지나갔다.
2024년은 병도 주고 약도 주고 희망도 주면서 '겸손과 배려'로 무장하고 인생후반기를 보내라는 메시지를 주는 했였던 것 같다. 이미 가버린지 한참 지난 2024년, 다시 소환하고 싶진 않다. 물론. 그래도 행여 교만해질려고 할 때, 남에 대한 배려가 손해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잠깐 돌아보며 다시 겸손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줄 것 같다. 이미 잘 갔지만, 다시 한번 잘 가라 2024년. 잠깐도 돌아볼일 없게 잘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