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당 극복 그거 아니라고요
당신에겐 있는가.
어떤 구렁텅이 속에서도 한 큐에 나를
나뭇잎 사이 볕뉘로 데려다 줄 그런 것 말이다.
나의 가장 오랜 친구이자 베프인 그녀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사랑한다.
정말 지옥 같은 하루를 보냈어도
"아이스 바닐라 라떼 한 잔이요"라는 주문과 함께
행복해질 준비를 한다.
갓 나온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한 모금 쭉 빨면
막 퍼지기 시작한 바닐라 시럽과 카페인이
한대 섞여 몸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곤 곧 이렇게 말한다.
"아 행복해"
그럴 때마다 난 그 친구가 너무 부러웠다.
사무치게 부럽다는 말을
이럴 때 써도 될까.
그 정도로 그 강렬하지만 짧은 행복이
부러웠던 순간이 많았다.
한 순간에 느끼는 찰나의 행복.
어쩌면 저혈당의 일시적 극복에
지나지 않은 저 짧은 순간조차
나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 순간에 한 큐에 행복해지고 싶다.
부럽다 저 짧고도 강한 행복이.....
여느 때와 같았지만
유독 그날은 집에 돌아와 혼자 펑펑 울었다
왜 난 행복하지 못할까
왜 난 사소하고 짧은 행복조차 느끼지 못할까
왜 난..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그날 이후 나의 '바닐라 라떼' 찾기
여정은 시작됐다
한 큐에 짧고 강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
촘촘하게 하루, 그리고 내 인생을 채워나가면
나도 짧지만 자주, 그리고
대체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오랜 시간 원인 모를 병명.
그저 소화기관 문제로만 알고 여러 병원을
전전했던 지난날의 어린 나를 생각하니
이제는 정말 약도 선생님도 없이
홀로 서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또 진짜 어른이라는 것도.
동네 카페에만 가도 찾을 수 있는
바닐라 라떼같은 나만의 행복 주문 약을
찾아보려 한다.
사실 나도 당신도 알고 있다
대단한 보물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그 여정을 정리하다 보면
내가 놓쳤던 행복,
쓸데없이 붙잡고 있던 슬픔이
조금이나마 잘 보이지 않을까.
저,, 저 친구가 주문한 아이스 바닐라 라떼 한 잔 더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