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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오 Apr 19. 2023

나는 내 생각에 묻혀 죽겠지

'왜'가 아니라 '그냥'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투머치토커.

내게 적용하자면 '투머치띵커' 정도가 맞겠다.



MBTI 열풍이 불면서 

SNS을 돌아다니다보면 MBTI관련 짤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인간은 정말 달라서 재밌고

신기하다고 느꼈던 것이

바로 S와 N의 차이였다(과몰입 금지..!) 



S는 아무 생각하지 말라고 할 때

정말 말 그대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지 않나..!

그럴 수가 있나..?

극 N인 나로서는 너무나도 부러운

그들의 작동 방식이었다



켈리씨, 이제 '왜' 금지에요.
'왜'없어요. '그냥'이에요. 그냥.



치료 당시 정신과 선생님께서 내게 했던 말이다.

'왜'가 아니라 '그냥'

어쩌면 내게 가장 필요했던 말이다.



생각이 꼬리의 꼬리의 꼬리를 물 때

가장 쉽고 좋은 질문이 바로 '왜?'이다.

나는 항상 '왜?'를 머릿속 가득 싣고 다닌다

그래서인지 세상은 모든 것이 의문이고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잠드는 순간까지

내 머릿속에는 '왜'만 외치는 영감이 자리잡았는지

끊임없이 세상에 '왜'를 남발해댔다



그래서 정말 생각이 너무 많을 때는

양은냄비가 끓듯이 머리가 순간 화끈하고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

스트레스 혹은 생각이 

머리 뚜껑까지 차오를 때는 얼굴도

같이 달아올라 끓기 직전의 냄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때 선생님께서 마법같은 주문을 알려줬다

'왜'가 아니라 '그냥'



일상에 대한 의문뿐만 아니라

나는 삶과 죽음. 

인생에 대한 궁금증 혹은 회의로도 

가득 찼을 때였다.

끝없는 생각의 끝에 나를 맞이한 것은

내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런데 도무지 왜 살아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로요.. 
죽고 싶다는 게 아니라,
이 비효율적인 행위를
평생 해야한다는 게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요...



우울증이 심했을 때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나의 답이었다

물론 저 생각이 지금이라고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때와 차이점은

'나도 모른다 왜 살아야하는지, 

근데 그냥 사는 거지 뭐, 그냥. 그냥 사는거야'

정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해서 

나를 더 힘든 곳으로 밀어 넣었는지 모르겠다



"당신은 이번 생에 00업무를 하러 왔어요

그러니 살기 힘들고 뭐같더라도

00업무를 완수하고 죽으세요!"

같은 미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각자 인생에 무슨 대단한 과업이라도

있는 것처럼 의미없는 것을 찾으려 했다



세상에는 의미없는 것도 있다

내가 그날 이후 내 머리에 다시

새겨넣은 것은

바로 '의미없는 것조차 의미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의미 없음'이라는 의미이다.



뭐 개똥같은 소리야?라고 들릴 수 있지만

나를 구해준 감사한 말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의미가 있고 고결한, 대단한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과 같이 '의미없음'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좋은 길잡이가 되줄 때가 있다

그 '무의미'들이 모여서

결국 계획된 우연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은가



오늘 하루 의미없이 보냈다고 자책말자

의미없이 보낸 날들에 지쳐

오늘 하루를 각성하는 계기가 될 수있고

의미없이 보낸 감사하고 무탈한 날일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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