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이라는 변명
나는 지독한 '멀티태스커'이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하는 순간부터 멀티태스킹의 연속이다. 양치질을 하면 꼭 화장실 밖으로 나와 돌아다닌다. 거울을 보다가 굴러다니는 폼롤러로 발마사지를 하거나 양치하고 나와 마실 물, 커피 컵을 대령한다. 밥 먹을 땐 꼭 유튜브를 보고, 컴퓨터 작업을 할 땐 항상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등 무언가를 듣고 있다. 단순작업을 할 땐 영상을 틀어놓기도 한다. 길거리를 걸을 때도 꼭 무언가를 듣는다. 공부나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하나씩
난 그게 너무 어렵다. 한 번에 하나씩 해야 집중이 되고 뇌의 만족감이 올라간다고 한다. 역시나. 이 역시 선생님께 지적을 받았던 부분이다. 뭔가 허전해서.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데 굳이 한 번에 두 개, 세 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 싶었는데. 그 또한 '불안해서' 하는 행위라고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렇다. '작업을 할 때 책을 한 권이라도 더 들을 수 있고, 유익한 책이 아니더라도 재밌는 유튜브를 보면서 일을 하면 덜 무료하고 좋지 않은가?'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항상 뭐 하나 제대로 한 것 같지 않은 마음에 찝찝했다. 그 이유가 멀티태스킹에 있었다니.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우울증이 심했을 때는 폭식과 절식을 반복하는 등 식이장애가 있었다. 내가 이걸 다 먹었다고? 배는 기분 나쁘게 찢어질 듯 아팠지만 딱히 뭘 먹은 것 같지 않았다. 또 유튜브를 보면서 그냥 아무거나 입에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식이장애 치료를 위해 밥 먹을 때는 밥만! 먹자는 원칙을 세웠다. 식습관은 꽤 많이 좋아졌지만 이 습관은 여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밥만! 먹기에는 너무 허전하고 심심하고, 뭔가를 꼭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유튜브를 보지 않고 먹는 밥과 유튜브를 보면서 먹는 밥은 전지차이다. 맛부터 식감까지 기억이 나고, 심지어 적당한 때에 식사를 멈출 수 있는 자제력까지 준다. 그걸 알고 있지만... 허공을 보면서 밥 먹는 것이 내게는 여간 힘든 일이다.
보지 말자! 싶으니 음악이나 유튜브 음성만 들으면서 먹기도 했지만 역시나 뇌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지 못한다. 보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그래도 매번 의식적으로 노력하려고 한다.
한 번에 하나를 한다고 시간을 버리거나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집중을 하는 것이라 나를 달래고 있다.
아 물론 지금도 커피를 마시며 재즈음악을 들으며 브런치를 쓰고 있지만, 이 정도는 애교지... 그래도 조금씩 바꿔봐야겠다. 정적 속에서도 평온하고, 영상 없이도 시간을 온전히 알차게 사용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껴보자. 작은 행위의 만족감이 올라가면 매일매일 작은 성공을 반복하게 될 것이고 정적 속에서도 밥을 먹고 글을 쓰며 일을 하며, 고요를 즐기는 평온한 내가 돼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