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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싸엄마 Feb 15. 2024

‘남’편이 ‘오’늘 ‘해’고되었습니다.

해고 0일차




오늘 남편이 ‘해고’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오늘 ‘통보’ 받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써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부터는 백수가 되겠군요.


두 아이의 아빠로써 수입의 공백이 없게

미리 직장을 알아보고 면접도 보았지만,

뭐… 사람일이 마음대로 되나요?


혹시, 남편이 상심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

저녁식사는 먹고 싶은 것으로 하려고

점심에 무얼 먹었는지 평소처럼 물어봤어요.


음… 답장이 없네요?



둘째 아이의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일명 OT)가

저녁에 있어 다녀오니, 막 퇴근했어야 할 시간에 집에 있습니다.



”연락이 없길레 아직 출발 안했나 했더니?“

“일찍가레.”


융통성 없는 회사에(물론 아예 없지만 않았지만 내 기준에는 불만투성이) 자주 투덜거렸는데, 마지막날에 발휘해 주는 센스.


오늘 저녁밥은 짜장면입니다.


뭐 먹고 싶냐고 물으니 그냥 툭 나온 대답인데,

생각해보면 졸업식 기분이네요.

타의지만 회사를 졸업한 기념 짜짱면이에요.



옆에서 코골며 자고 있는 남편에게

심정을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내일 아이들 어린이집 빠지고 놀러가기로해서

일찍 잠들었거든요.

이 남자, 정말 아빠가 되었군요.



갑작스런 해고에 뭔가 번쩍했는지

예전에 깨작거리던 것들을 꺼내

밤마다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초조해하지 않았으면 싶은데, 왜 잠은 제가 못자는걸까요?



남편의 소식을 들었을 때, 그리 오래가지 못할 회사라는걸 둘다 인식하고 있었을 때라 엄청 놀라지는 않았어요.

그저 그 시기가 빨라지고 갑작스러울 뿐.

그래서인지 ‘어떻게…‘ 보다는 ’어떻게? 무엇을?‘ 하는 생각이 더 강했죠.



당장의 빵구 날 생활비가 걱정이지만

마이너스로 시작한다 생각하고,

장기로 할 수 있을 것을 찾아 보자고 했어요.

그 중에 하나가(아니 두개? 세개?) 남편이 노트북으로 두드리고 있는 것들이지요.


핸드폰을 보다가 쿠팡에서 하루, 이틀 원하는 시간대에 일할 수 있는 걸 보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 해볼까?” 했더니, 잠시 생각에 잠기더라고요.


한참 후에 말해주었어요.

제가 그렇게 일을 하면 자기가 너무 미안하데요.

그래서, 두 달정도 뒤에도 취업이 안되면 정말 쿠팡이나 주야교대 알아보자고, 반 진담을 반 농담처럼 얘기했네요.




남편이 다시.. 월급쟁이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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