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와 눈치게임
어느 주말의 일이었다.
아침부터 내리는 눈에 신난 아이들.
잠시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올 테니,
아이들하고 나올 거면 연락 달라고 남편에게 말을 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을 나서는데 구석에 검은색 핸드백이 걸려있는 것이다.
누군가 놓고 갔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일을 하고, 밖으로 나온 아이들과 눈 놀이를 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검은색 핸드백과 다시 마주쳤다.
'아직도 안 가져갔네?'
그런 생각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무심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집에서 아이들 목욕, 점심 식사, 집안일, 아이들과 함께 놀기 등등
바쁜 일상을 보내고
느지막한 오후에 쓰레기를 버리러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침부터 보았던 검은색 핸드백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가방의 문이 열려있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보았을 때는 닫혀있는 것 같았는데 말이다.
눈으로 쓱 보니 지갑 비슷한 게 안 보이는 것도 같았다.
이 가방을 이대로 놔두어도 되나? 싶었다.
디자인으로 보아 연세가 있으신 분의 가방 같기도 했다.
나는 결국 한 팔에 가방을 끼고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고 관리사무소로 갔다.
직원분이 한분 계셨는데, 나에게 상황설명을 듣더니 손사래를 치셨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남의 물건 그렇게 가지고 오시면 안돼요~"
오랫동안 주인이 잊어먹고 있는 듯하여,
방송이라도 할까 싶어 가져왔는데
잘못하면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방송만 부탁하면 될 것은 가져온 것은 나의 눈치부족이었던 것 같다.
그저 그 사이 누군가 이 가방에 나쁜 손을 뻗칠까, 그 생각뿐이었다.
적어도 내가 어렸을 때는
길바닥에 동전이 떨어져 있어도 주워서 경찰서를 가져다주라 배웠다.
그게 착한 일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길거리에 떨어진 동전도
함부로 주우면 안 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건들지 말라 가르치고 있었다.
나쁜 일도 좋은 일도 벌어지지 않게 개입하지 말라는 건가,
세상을 그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번 일도 그런 자문을 해보았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가방 이야기를 하니 남편도 나를 나무랐다.
딱히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정말 나쁜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내심 걱정도 했다.
다음날 엘리베이터를 보니 가방은 없었다.
원래 주인이 가져갔을까?
아니면 끝까지 주인은 모른 채 어느 누군가 가져갔을까?
아직 내 마음의 물음엔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