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거울
30대 중반에 결혼해서
감사하게도 바로 아이가 찾아왔다.
결혼 7년 차가 돼 가는 동안
주위에는 아직 싱글이거나, 신혼생활을 즐기는 부부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아이가 있으면 어때?"이다.
그럼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이미 결혼 한 사람들에게는
"아이는 있어야 해. 그래야 어른이 돼."
아직 싱글인 사람들에게는
"아이를 낳을 생각 있으면 결혼하고, 아니면 굳이..."
결혼 전의 나에게 자녀란
가정을 이루는 당연한 수순쯤으로 여겼다.
남들 다 그러니까, 그냥 그 정도.
아이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일찍 결혼한 친구 또는 친동생이 아이를 봐달라고 할 때면 두려움이 앞섰다.
경험이 없다는 사실에 이 작은 것들에게 내가 해를 끼칠까 봐였다.
첫째를 출산하고 신생아를 안고 젖을 물릴 때도
'이아이가 내 배에 있던 아이구나. 눈은 아빠를 닮았네.'
이런 정도의 생각이었다.
모성애라는 마구 솟아나지는 않았지만, 열 달 동안 품고 있던 생명이 실체가 되었을 때
그 느낌은 매우 신비로웠다.
육아를 하면서 울고, 화내고, 좌절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
그 와중에 슬며시 미소 짓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미소 지으며
'행복하다'라고 속삭이는 나를 발견했다.
10번을 울어도 한 번의 웃음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첫째가 6살, 둘째가 3살이 된 시점에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저런 행동은 누굴 닮은 거야~"였다.
점점 자기 주도적이 되어가는 첫째.
커가는 과정에서 이제는 엄마의 말에 "네네"만 하지 않았다.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하고, 그렇게 하고 싶은데
가슴속에서부터 머리 정수리로 자주 올라오는 것 때문에 매번 그렇지 못하다.
그러던 중 첫째가 둘째를 대하는 행동도 달라졌다.
제법 언니스러운 행동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달랠 줄도 알고 속상함을 어루만져 주기도 했다.
때론 혼을 내기도 하고, 함께 웃느라 자지러지기도 했다.
둘이 그렇게 지지고 볶을 때면 엄마가 굳이 필요 없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놀 때마다 그 행동과 말을 유심히 보니
그 안에서 내가 보였다.
그렇구나...
내가 첫째에게 하는 것들을
첫째가 둘째에게 그대로 하고 있었다.
가끔 너무 T적인(MBTI의 T) 말을 하는 것도 고스란히 모방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이의 말과 행동에서 나를 찾아보았다.
군데군데 우리 아이의 말과 행동에서 나의 향기가 느껴졌다.
맞아, 내가 어렸을 때도 저랬어.
맞아! 나도 그렇게 놀았지!
여보, 첫째가 저렇게 말하는 거 나 어렸을 때랑 똑같아~
그렇게 하나 둘 찾다 보니 아이가 이해되기도 하면서
나란 사람의 모습도 더 선명히 보였다.
아이가 고쳤으면 하는 모습이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이었고,
나는 그걸 고쳐야 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는데 우리 아이에게는 가르치려 하고 있었다.
과연 이건 맞는 것일까?
내가 자꾸 그렇말을 하니,
남편도 점점 아이들의 모습에서 본인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와 나 자신을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이 요즘 뼈저리게 느껴진다.
조금 불편한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의 부모님을 자동으로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나의 아이를 누군가 봤을 때, 나처럼 이 아이의 부모를 떠올릴 때
어떤 마음이 들까? 그런 의구심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