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더란?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새로운 인연들이 많아졌다.
그중 단연 으뜸은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이다.
단순 직장동료의 느낌을 넘어, 여러 공감대를 형성한 느낌이다.
일단 같은 아파트 단지 입주민이고,
비슷한 연령대의 자녀들을 키우고 있고,
다들 책과 가까운 사람들이라 그런지 심성도 얼추 비스름하다.
그중
우리 첫째와 동갑 자녀를 키우는 선생님이 계시다.
많이는 아니어도 나보다 나이가 적으실 줄 알았다.
그런데, 앞자리가 바뀌니 몸이 점점 아파온다는 이야기로 꽃을 피우던 중
2살 언니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분을 나이가 적게 봤던 이유는
항상 깍듯한 태도 때문이었다.
내가 나이가 많아 그렇게 대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본래 예의가 바르신 분이었다.
그래도 같이 곤란한 순간들을 겪으며 헤쳐나가니
전우애가 더해져 약 8개월의 시간 동안 많이 돈독해졌다.
그렇게 점점 육아 얘기부터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은 털어놓게 되었다.
이 과정이 너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그래서 편했다.
항상 본인을 낮춰 이야기하는 선생님이다.
누구처럼 아이디어가 넘치는 것도 아니고, 누구처럼 센스가 있는 것도 아니니
자신은 항상 언제든 뒤에서 서포트하겠다고 말하신다.
하지만 나는 그분의 장점을 안다.
내가 툭툭 내던지는 이야기들을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생각지 못한 세세한 부분들을 집어 주신다.
그래서 더 안심하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던지는 것 같다.
이번에 두 달을 관장님 없이 선생님들로만 꾸려가게 되었다.
아이들 겨울방학 돌봄이었다.
지원도 많지 않았기에 우리끼리 꾸려가야 하는 두 달이었다.
미리 준비한다고 이런저런 계획들을 세웠지만
결국 번갯불에 콩 볶듯 시작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준비가 안된 부분이 많았고,
그러는 와중에 도서관의 존폐에 대한 부분까지 고민해야 되게 생겼다.
진정한 리더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고 했던가?
(그런 말이 없다면 내가 최초로 쓰겠다!)
J선생님은(편의상 그렇게 부르겠다) 도서관이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나에게 운영위원회를 권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나는 그 안에서 선생님의 도서관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본 것 같았다.
다만, 그 마음에 응해줄 수 없음에 미안했다.
나름 소신 발언을 한다고 선생님과 통화하며 이야기했던 그 순간도
지나고 나니 선생님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란 사람은 아직 너무 미숙하다.
그러고 난 후, 나는 선생님이 조금 다른 면모를 보게 되었다.
전박적인 부분을 체크하고 챙기며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것을 이야기 나눠야 하는지 두루두루 살피고 계셨다.
그만큼 걱정도 많으셨다.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 생각하며, 자신이 맡은 부분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듯했다.
그러나 내가 본 J선생님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분이었다.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도 분위기를 만들어 조곤조곤 잘 설명해 주시는 분이다.
오히려 내가 걱정이지...
진정한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
앞에서 이끌어가는 사람이라고 많이들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고 보니, 이끌어 가는 것만큼 뒤에서 받쳐주고 밀어주는 것도 너무 중요하단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열정적인 리더도 좋지만
숲처럼 감싸고 바람을 일으켜주는 리더가 좋다.
나는 우리 중 누군가 리더를 맡아야 한다면 주저 없이 J선생님을 추천할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떤 리더가 될 수 있을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