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문제
나는 일주일에 한, 두 번 도서관에서 일을 한다.
아이들 돌봄 선생님이 되어 수업도 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게 한다.
작년 5월부터 쭉 하고, 이번 겨울방학 두 달이면 이 일이 끝난다.
남은 두 달은 수업도 재능기부로 해야 하는데, 그림책 모임 선생님 한분께서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그리고, 첫 수업날이 되었다.
나 빼고 온 가족이 독감에 걸려 다른 선생님께 근무를 부탁한 날이었다.
한창 집안일과 케어를 하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그림책 선생님이 원래 수업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오셨는데, 수업시간을 지금으로 알고 계신다는 것이다.
내가 전달한, 전달했다고 생각한 시간은 3시 30분인데
선생님께서 알고 계신 시간은 2시 30분이었다.
그림책선생님과 통화를 하니 수업계획서에 그렇게 쓰셨다는 것이다.
나는 수업 내용과 필요한 재료만 체크했지 시간은 쓰여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 사소한 부분을 간과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조금 억울했다.
구두상으로 시간을 분명 전달했다고 생각했으니까.
수업시간에 변동이 있으면 계획서에 썼다고 해도, 따로 말을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시간을 맞게 전달했는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계획서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은 내가 맞다.
다행히, 수업은 2시 30분에 진행될 수 있었다.
학원 가느라 늦게 오는 몇몇 아이들 빼고는 그 시간에 참여가 가능했다.
선생님의 시간과 아이들의 시간만 맞으면 문제없을 일이어서 다행이었다.
통화를 하고 나서, 그래도 내 책임이 있는 부분이라 얼른 도서관으로 갔다.
아파서 집에 있는 둘째가 같이 나가겠다고, 내 손을 잡고 놓지 않아서 마음이 아팠지만
금방 다녀오겠다며 달래고 도서관으로 달렸다.
다행히 관장님과 근무하시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수업은 원활히 준비되고 있었다.
수업참여가 안 되는 친구들은 부모님께 양해의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수업이 끝날 시간에 고생하셨다고, 문제가 생겨 죄송하다고 카톡을 보냈다.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했다고 괜찮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도서관에서 일을 하면서 이런 사소한 일들이 은근히 많았다.
나는 보기보다 꼼꼼하고 철저한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주위에서 그런 말을 몇 번 들어서 나는 내가 꼼꼼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서류 작업을 할 때 오타가 많거나 내용이 틀리거나
다른 분이 진행하는 일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분명 관련 내용의 서류를 보았음에도!)
이번처럼 계획서를 제대로 보지 않아 시간에 오류가 생긴 일 등등
사소하고 자잘한 문제들이 많았다.
왜 그랬을까 되짚어 보니 조급함에 있었다.
최근에 늘 '바쁘다'라고 말하는 나였다.
일을 빨리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실제로 집에서도 밖에서도 쉬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일주일 내내 일하는 것도 아닌데, 일과 육아와 집안일의 콜라보에 정신이 없었다.
일하며 육아하시는 분들을 내가 존경하는 이유다.
앞으로 하려는 일은 꼼꼼하고 세심함이 필요한데,
지금이라도 나의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시작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이런 순간에는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라는 말이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