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주말에 처갓집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유난히도 피곤한 날이었다. 온 가족이 다 같이 낮잠이 들었고 둘째 아이가 먼저 일어나서 배가 고프다며 보채서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났다. 밥솥에 밥이 없었다. 해야 하는데 시간도 조금 걸릴 것 같고, 문득 짜장면은 먹은 지 꽤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쳐 올타쿠나하고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다.
선택의 순간이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탕수육을 시키냐 마느냐. 첫째 아이는 골수 탄수화물 파이고 둘째는 단백질 파여서 둘째를 위해 탕수육까지 시킨다. 물론 나도 먹고 싶었다. 엄청. 중국집 세트메뉴는 그래도 조금 저렴하니까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다.
짜장면을 먹는데 내 입맛에는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나만의 필살기,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 필살기, 고춧가루를 꺼냈다. 짜장면과 고춧가루의 조합에는 시너지가 발생한다. 맛이 그저 짜장면에 고춧가루 향이 살짝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뭔가 화학반응이라고 일어난 듯이 새로운 맛이 탄생한다. 나는 이걸 어릴 때 엄마에게 처음 배웠다.
역시나 뿌려먹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음미하고 있는데 딸내미가 웬일로 관심을 보인다. 우리 딸은 원래는 입맛이 보수적인 편이다. 나는 워낙 먹는 걸 좋아하고 맛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다 먹어보는 편이고 가리는 음식도 없다. 딸은 일단 눈으로 음식을 검열한다. 처음 보는 음식을 걸러내고 탄수화물이 아닌 형태의 음식도 기가 막히게 걸러낸다. 엄마를 닮은 것 같다. 엄마는 편식은 하지 않는데 뭔가를 먹고 싶다고 하는 일이 매우 드문 편으로 처음 결혼했을 때 음식에 대한 태도는 거의 문화 충돌 수준이었다. 요즘 임신해서 연어니 냉면이니 먹고 싶다고 말해주는 게 은근히 반갑다.
아들놈은 그래도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덜 한 편이나 아이는 고기나 반찬 쪽으로 식성이 기울어져 있다. 한 뱃속에서 나온 아이들이라도 참 다르다는 게 느껴지는 것이, 두 아이에게 똑같은 밥과 반찬을 식판에 떠주면 하나는 밥만 다 먹고 다른 하나는 밥만 남긴다.
고춧가루를 뿌려보겠다는 딸의 관심이 괜히 반가웠다. 요즘 감사하게도 딸이 점점 밥을 잘 먹어 가고는 있긴 한데 보통 먹는 것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아직 매운 음식에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편인데 내가 먹는 걸 보고 따라먹으려 하니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옆에 아들도 자기도 먹어보겠다며 거든다. 딸은 맛있는데 맵다며 자기에게 주어진 양을 다 비웠다. 아들은 맛있는데 맵다며 남기고 탕수육을 다 먹어치웠다.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정말 소름 돋게 나와 닮은 면을 발견하고 유전자의 힘에 감탄할 때가 있다. 그 외에도 처음에는 달랐으나 조금씩 닮아가는 부분도 생기는데 왠지 모를 만족감이 있다. 그러게. 왜 기분이 좋은 건지. 사랑하는 사람과 닮아가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여하튼 맛에 있어서는 엄마보다는 아빠가 알려주고 싶은 게 많으니 앞으로도 많이 따라먹어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