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결국 또 잔소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10주 차 - 내 맘대로 하고 싶은 시기가 온 아들내미

by 어린아저씨

우리 아들은 성격이 좋다. 잘 웃고, 사랑표현도 잘하고 다섯 살이 된 지금까지 짜증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손에 꼽을 것 같다. 인간적으로 사랑받기 수월한 기질을 갖고 태어난 것 같다.

요런 깨물어주고 싶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최근 나의 신경을 굉장히 예민하게 하기 시작했다. 하지 말라는 말을 하자마자 그 행동을 다시 하는 일이 요즘 들어 잦다. 예를 들어, 너무 큰소리가 나게 뛰어다녀서 천천히 다니라고 해도 전혀 멈출 것 같지 않다던지, 식당에서 "크앙" 공룡소리를 내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준다고 말했는데 금방 또 해버리는 상황 같은 거다. 못 들은 거야, 무시하는 거야?

시행착오를 겪어 봐서 안다. 말 한마디 했다고 상황 파악하고 바로 들어주면 애 아니고 어른이다. 그건 인정. 하지만 말하자마자, 바로 뒤돌아서서 하지 말라는 걸 바로 다시 해버리는 것을 경험할 때가 요즘 자주 있다. 이성의 끈이 팽팽해진다.

부모이기 이전에 인간이기에 말을 무시당한 느낌에 감정이 팍 상해버린다. 속된 말로 '지금 간 보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아이의 행동을 자꾸 겪다 보니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태도가 생각보다 아주 많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성을 붙들고 생각해봐도 하지 말라는 행동을 다시 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거나 (가족도 포함해서), 아이에게 위험이 되는 행동이라고 판단해서 제지했기 때문에 반복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아빠 이미지 마일리지를 쌓을 것 같아서 뭐라고 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에는 이런저런 생각 끝에 엄한 표정으로 몇 마디 하고 만다.

물론 아이가 조금 더 수월하게 엄마나 아빠의 이야기를 따라주기를 바라긴 하지만, 누군가의 이야기에 무조건 "네"라고만 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이거 안 되는 거예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꼭 필요한 일이고 본인이 될 것 같은 가능성을 보고 있다면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정말 드물고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아이들이 큰다면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 때문인지 아이에게 통제를 가할 때 약간의 찝찝함이 있다. 엄마 아빠는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얌전한 아이가 되길 바란다고 착각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물론 여러 번 얘기를 해도 잘 안 듣는 걸 보면 당분간은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내가 아이를 통제하는 기준은 "아이가 자기 스스로를 해치거나,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지"이다. 그 기준은 지금 나에게는 확고한 편이라 아이에게 하지 말라는 말을 자꾸 하는 게 아이의 호기심, 모험심에 대해 부정적이진 않을까라는 막연한 고민을 하다가도 결국에는 잔소리꾼이 되길 택하는 이유이다. 나와 타인을 생각하는 태도는 필수이고, 창의력이나 모험심은 정말 정말 우리 아이가 꼭 가질 수 있길 바라는 능력이지만 필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과 남을 배려하는 것, 둘 다 만족시킬 수 없는 경우가 솔직히 말하자면 꽤 있다. 어른들도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두 가지의 교집합에 위치하는 일도 분명히 있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 나는 오히려 그 방법을 찾는 과정이 착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분방함과 타인을 향한 배려는 충분히 공존이 가능하며 공존이 가능한 선이 있다. 아직은 너무 어려서 지금은 안 되겠지만, 언젠가는 아이들이 엄마랑 아빠가 그렇게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음을, 잔소리 한마디를 뱉기까지에 나름에 고민이 녹아 있다는 것을 이해해 줄 날이 오면 좋겠다. 잔소리를 해야 하는 만큼 아이에게 사랑을 담은 말을 더 많이 해줘야 되는데 그건 잘하지는 못 하고 있는 거 같긴 하다. 미안혀 우리 귀요미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