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주 차 검진은 부모들에게 조금 특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성별일지라도 너무너무 감사한 우리 아가이지만 그래도 부모라면 은연중에 그려보는 우리 가족의 구성이 있기 마련일 테니까. 심지어 주변 사람들도 임신했다는 얘기를 하면 아들일지 딸일지 자신의 좋은 감에 의지하여 예측해준다.
우리 집에 첫째는 여자아이, 둘째는 남자아이이다. 내 마음대로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안정감이 느껴지는 구성이다. 어쩌면 나와 내 여동생의 경험 때문이려나? 오빠-여동생의 관계보다는 누나-남동생의 관계가 더 애정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동생과 나이 차이가 5살이나 났는데도 큰 오빠 답지 않게 동생을 꽤나 질투했고, 동생에게 권위적으로 대했었다. 좋은 오빠는 확실히 아니었는데, 지금이라도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면 동생이 성격이 좋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딸과 아들의 관계를 보면 둘이 잘 싸우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누나가 동생을 애기 보듯이 예뻐하며 귀엽다고 쓰다듬기도 한다.
일단은 우리는 딸, 아들 다 있어서 셋째는 어떤 성별이어도 아쉬울 이유는 없을 것 같았지만, 사람의 마음이 희한한 게 왠지 딸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딸이길 조금 더 기대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대세가 딸이다 보니. 나도 남자지만 다 크고 나면 아들자식보다는 딸내미들이 결혼해서도 부모를 더 챙기는 것이 보편적인 것을 많이 본다. 또 우리 아이들 이름에 나름의 규칙이 있는데 그 규칙에 맞게 이름을 짓기에도 여자 이름이 편했고, 이름도 내친김에 지어놨었다. 아이들도 각자 나름의 이유로 여동생을 원했고, 왠지 딸일 것만 같은 근거도 없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내가 병원에 다녀왔다. 아이의 자세에 따라 성별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행히 이번 검진에서 확인이 가능했다. 아들이란다. 웃음이 났다. 새삼 내가 정말로 딸일 것이라고 생각보다 굳게 믿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 사람의 본능 중에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 예측하려는 본능. 미래를 내다보기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거봐 내 말이 맞지?"라고 말하며 괜히 우쭐해지고 싶은 본능.
예상은 빗나갔고, 나는 이제 딸 하나에 아들 둘의 아빠가 될 예정이다. 정말로 왠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내아이를 키우게 될 거라는 상상을 전혀 안 해봤다. 잘 기억을 되짚어보면 둘째 때에도 딸이라고 예상했었던 것도 같다. 내 본래 성향이 남자보다 여자가 더 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둘째 아들이 태어나고 보니, 아들을 키우는 그 나름의 맛이라는 게 있다. 막상 또 이렇게 예상치 못한 구성으로 가족을 꾸린다니 재밌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선은 아빠는 앞으로 다섯 달간 체력 훈련 돌입이다. 막둥이 아들은 엄마 뱃속에서 잘 크다가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