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14주 차 - 딸과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다가

by 어린아저씨

딸은 육아 티브이 프로 금쪽같은 내 새끼를 좋아한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딸내미는 금쪽이를 보고 있었다. 모든 회차를 챙겨보지는 않지만 나도 금쪽이가 티브이에 나오고 있으면 관심 있게 시청하게 된다. 육아는 정말이지 매일매일이 새롭고, 언제나 부족하기 때문에 항상 배우고 생각해볼거리가 많아서 관심 있게 보게 된다.

며칠 전에는 육아 방식이 다른 한 부부의 이야기가 나왔다. 엄마는 비교적 자유로운 육아 방식을 갖고 있었고 아빠는 더 통제적이었다. 그날 나온 아빠는 외식자리에서 아이의 행동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도 조금은 과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고무줄을 길게 잡아당기고 식탁 아래에서 발로 다른 가족들을 건드렸는데, 아빠는 조곤조곤 아이에게 충고했지만 사실 그 충고에도 이미 적지 않은 불편함이 묻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종종 느끼는 바이지만 내가 누군가을 비판할 때 그 사람의 모습에 내가 투영되어 있다. 나와 아주 다른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비판을 하게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나랑 비슷하면서 그 정도의 경중이 다른 사람들에게 더 쉽게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게 되는 것 같다. 이 아빠의 모습도 그랬다. 나도 아이 자신에게 해가 되거나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 같은 때 조금 미리 아이들에게 한마디를 건네는 편이다. 그 때문인지 나는 은근히 티브이를 보고 있는 딸의 반응을 살피게 되었다. 딸이 "우리 아빠랑 똑같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을 머금고 지켜봤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중간에 스마트 스피커와 아이가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다. 이번 에피소드에 나온 아이는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집에는 없다고 했다. 자기 엄마와 아빠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 아빠는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러다가 자기는 아빠가 항상 보고 싶지만 아빠는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자기와 놀아주지 못한다고 얘기하더니 이내 자기는 엄마 아빠 없이 못 살 거 같다며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고 말았다.

아이에게 고마울 때가 있다. 부모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도 부모를 부모로 인정을 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건이 없는 사랑이 뭔지 배울 때가 있다. 어른들을 부모가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푼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오히려 반대이다. 부모는 자신의 생각과 삶에 녹아든 선입견으로 아이를 보다가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훈육이라는 좋은 허울로 아이를 통제하고 비판하게 된다. 항상 되돌이표 되어 나를 반성하게 되는 것 중 하나이다.

티브이를 보던 딸이 입을 열었다. "나는 아빠가 일찍 와서 좋은데" 아이고. 사실 자주 일찍 오지도 못한다. 원래 집과 회사의 거리 자체가 멀어서 집에 일찍 온다고 와도 9시 조금 전이다. 회사에서 아이들과 통화하게 되면 아이들은 입버릇처럼 "아빠 빨리 와"라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지라 그 얘기라도 들어주고 싶어서 요즘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집에 오고 잔업을 집에서 처리하곤 했는데, 이걸 알아준 것 같아 너무 고마웠다. 아직도 너무나 부족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그런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준다. 정말 금쪽같은 아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