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사람이고 아이도 사람이다

18주 차 - 나는 부모다

by 어린아저씨

조금씩은 다를지 몰라도 누구나 사람에게, 사람이기 때문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최소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 개념, 예의, 도덕과 같은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식밖에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되면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인간이 아냐"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앞서 말한 인간으로서의 소양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부대끼며 배운 사회 속의 약속들이다. 시험공부를 하듯이 지식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봄이 되면 꽃이 피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흙과 물이 있기에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성은 태어날 때부터 지닌 듯 생각하지만 살아온 삶의 경험을 토양 삼아 자리 잡은 것이다.

삶의 여정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하루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과정을 지나가는 중이다. 예를 들어 같은 반 친구들, 직장 동료들, 동호회원들을 생각해보자. 비슷한 고민, 비슷한 관심사를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공감대가 비교적 쉽게 만들어지는 편이다. 십 대의 아이들은 공부나 이성에 대한 호기심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눌 것이고, 삼십 대에 접어든 성인은 결혼, 육아 재테크 등 과 같은 주제로 대화를 많이 한다. 나와 나이 또래가 다른 사람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갈 일이 생각보다 매우 드물다. 그리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대상이 나보다 삶의 경험이 많건 적건 어느 쪽이건 간에 상관없이 말이다. 그만큼 2,30년 정도 세대 차이가 나는 자녀들과 살아간다는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간과했던 사실이 이 부분이다. 정말 쉽지 않기 때문에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보다는 노력을 더 필요로 한다는 사실. 아이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아직 백지에 가깝기 때문에 하루하루 계속 배워나가는 존재이다. 그래서 나에겐 이미 당연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아직은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살아가며 학습해 나가야 한다.

나는 아이들도 사람이기에 기본적인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소양은 갖추고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본능적인 부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당연히 인간이라면 자연스레 가져야 할 감정, 태도, 사고방식 같은 게 있고 어린이들도 사람이기에 그런 것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나는 그것이 나의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중이다.

아이들과 부딪히고 싸우게 된 이유가 바로 어린이를 어린이로 보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글로 적으니 어른이 아이와 싸운다라는 표현 자체가 조금 부끄럽게 느껴지지만, 아주 솔직해지자면 아이들이랑 말 그래도 싸울 때가 있다. 기싸움, 감정싸움을 한다. 아이가 툭 던진 말에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있고, 내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짜증이 날 때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많이들 훈육으로 포장한 싸움을 걸게 된다.

요즘 참으로 존경하는 오은영 박사님 왈, 아이와 부모의 역할을 확실히 다르다. 물론, 둘 모두 인간의 모습이지만 부모란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 자녀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약자이다. 본디 힘이 센 입장의 사람이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 것이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인내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와 싸우면 안 된다. 부모의 이름으로,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인생을 몇십 년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살아가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줄 뿐이다. 감정적이지 않게. 너무 오랫동안 나는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고 생각했다. 내 개념 속에 사람이란 어른 인간이었던 것 같다. 어른도 사람이지만 아이도 사람이다. 유년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인정하고 더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조금은 더 나은 부모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