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째 아들은 공룡 마니아다. 이제는 마니아였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공룡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너무 좋아했다. 뭔가 크고 신비롭기 때문일까? 공룡 도감 책도 사고 옷과 신발 팬티까지 공룡으로 칭칭 감았었다. 아들놈 덕분에 나도 공룡 이름을 꽤나 많이 배웠다. 예전에는 티라노사우르스, 트리케라톱스 정도가 내 공룡 지식의 한계였는데 프테라노돈, 모사사우르스, 파키케팔로사우르스 등 뒤늦게 배우게 되었다.
언제까지 공룡덕후로 남아 있을까 궁금했는데 몇 달 전부터 포켓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그건 바로 포켓몬. 나이스! 나에게는 꽤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나는 어릴 때 학교에 갔다 오면 티비 속에 들어가다시피 해서 남자 만화, 여자만화 가리지 않고 모두 섭렵했는데 포켓몬스터는 그중 꽤나 혁신적이고 특별한 만화였다. 사람이나 로봇이 주인공이던 만화판에 포켓몬이라는 가상의 생명체가 등장했는데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세계관과 캐릭터들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었다.
그 포켓몬이 아직도 건재하게 살아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포켓몬이 TV 만화로 처음 방영됐던 걸로 기억하니까 거진 20년이 지났나 보다. 아들은 우연히 넥플릭스에서 만화를 돌려보다가 포켓몬을 영접해버렸는데 공룡을 좋아하게 됐을 때처럼 왠지 모르게 홀려버린 것 같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웬만한 사업보다 여럿 먹여 살리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들과 관심사를 공유하는데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딸의 경우는 특이하게도 관심사가 트롯이다. 미스터트롯이 붐을 일으켜버리자 나는 미스트롯2를 한다기에 왜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을까 싶어서 챙겨봤는데, 웬걸, 옆에서 따라보던 딸내미가 혼을 쏙 빼놓고 보고 있었다. 내 혼도 쏙 빠져서 차로 긴시간 이동하면 미스트롯에 나온 음원을 내내 들었다. 그걸 또 옆에서 주구장창 듣는 아내도 트롯에 정이 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영 적응이 안되는지 다른 것 좀 듣자고 호소한다.
공룡이란 것이 나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좋아하려면 노력이 필요했고, 사실 노력한다고 그만큼 관심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이미 관심을 가졌던 것에 아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행운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 20년이 지나다 보니 포켓몬도 많이 발전했다. 시리즈가 계속 출시되면서 새로운 컨셉과 캐릭터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기꺼이 공부해주겠어. 아들아 우리 같이 포켓몬 마스터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