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주 차 - 예비 세 아이 아빠의 떨리는 마음
드디어 내일 출산이다. 한 달 전쯤부터 나도 모르게 긴장된다는 말이 자꾸 삐져나왔다. 이미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 아직도 긴장이 되는지 사람들이 묻는다. 사실 두 아이의 출산 때에는 그다지 긴장되거나 떨리는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없다. 누군가는 오래 지나서 그때의 감정이 잊힌 게 아닐까 추측해보지만, 나의 기억력을 믿으면 이전엔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었다. 출산은 세 번째지만 세 아이 육아는 처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 스스로에게도 이 심리 상태가 굉장히 의외다. 오히려 내가 두 번의 출산 때 모두 덤덤했었다는 기억 때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무던히 일상을 살다가 아기가 태어나면 그냥 다시 살아갈 줄 알았다. 이 긴장감의 뿌리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가만히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첫 번째로는 부모로서 살아야 하는 삶을 예전보다 잘 알기 때문이 아닌지 추측해본다. 아무래도 20대 중반이라는 젊다 못해 조금 과장하면 어리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에 첫 아이를 품에 안았으니 경황이 없었고, 부모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감이 없었다. 그야말로 무식해서 용감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아이와 아내 곁에 있기는 했지만 솔직히 아이에게 집중하기보다는 나 살기에 바빴던 경향이 있다. 아직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하는지, 어떻게 사는 게 맞는지,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섯 글자로 요약하면 "철이 없었다". 내가 비교적 소홀했던 만큼 아내나 도와주신 양가 부모님들이 아기에게 더 신경을 써주셨을 것이다. 이제는 부모로서 사는 삶에 대해 알고 있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긴장감은 거기서 오는 부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신경 써야 할 대상이 태어날 아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가 하나라면 첫 경험이기에 서툴고 어쩔 줄 몰라 정신도 없고 힘도 들겠지만 그래도 그 아이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우리 첫째와 둘째도 이제는 누나와 형아가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간 짠하고 성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여러 피할 수 없는 상황과 감정의 풍파를 온전히 겪어가면서 천천히 익어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 과정을 지나가는 우리 두 아이도 부모인 아내와 내가 신경을 써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불안정할 수 있는 그 시간을 내가 할 수 있는 한 적게 흔들리며 지나갈수 있도록 돕는 임무가 주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함을 벗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익숙한 것들 모두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든 일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것도, 원래 우리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도, 처음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것, 그 아이의 동생을 낳아 키우는 것. 낯선 생활이 익숙한 생활 위에 피어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익숙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 이번 출산이 왠지 긴장이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 복덩이 셋째 아이가 선물해줄 새로운 우리 가족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내일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