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1주 차 - 하나도 안 반가운 거 알지?^^
세상에 순탄한 일이 하나 없다. 출산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넘어야 할 동산이 하나 더 있다. 아이가 태어나니 엄마의 가슴에서는 마법같이 젖이 돌기 시작한다. 출산 후 3일부터 모유가 차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이내 가슴이 뭉치고 아파졌다고 한다. 어차피 먹여야 되는 모유, 가끔 TV에서 보는 소에서 우유를 짤 때처럼 시원하게 쭉쭉 나오면 차라리 좋으련만 많은 엄마들은 젖몸살을 겪는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딱딱해진 가슴에 유축기를 대고 모유를 한 방울 두 방울 모은다.
아내가 입원한 병원에서는 산모들에게 가슴 마사지를 서비스로 제공해 준다고 해서 받으러 다녀왔다. 유방마사지 전문가가 있을 만큼 산모들에게 모유수유가 순탄한 일이 아닌 모양이다. 마사지를 받고 돌아온 아내의 표정은 너무나 만족스러워 보였다. 마사지해주시는 분이 가슴을 쓱 만져만 보고도 지금 어떤 상태인지 바로 파악하시고 거기에 알맞은 마사지를 해주셨다고 한다. 유축 시간이랑 마사지 약속 시간이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아서 아기에게 전달할 모유를 한 방울까지도 다 짜내고 갔는데도 막혀서 나오지 못했던 모유가 더 나왔다고 한다. 둘째 때에도 들었던 이야기인데, 갓 만들어진 모유는 몸 온도처럼 따뜻하고 막혀서 나오지 못했던 것은 차갑다고 한다. 그 차가운 젖이 여기저기 튀는 게 느껴질 정도로 나왔다고 한다.
마사지 선생님께서 수유가 잘 되기 시작하면 그 이후로는 먹는 것에 영향을 덜 받는 편이지만 초기에는 지방이나 밀가루를 많이 먹게 되면 유선이 잘 막힐 수 있으니 조심을 해야 한다고 하셨단다. 우리는 첫째 둘째 때 모두 젖이 잘 나온 편은 아니라서 해결책을 알아보다 이런저런 민간요법을 알게 되었는데 이를테면 돼지족을 고아먹는 것이나 호박즙을 먹는 것 등이다. 반전은 일단 이 두 방법은 산부인과에서는 추천하지 않는, 오히려 지양해야 하는 음식류라고 한다. 돼지족 같은 경우는 기름기를 생각하면 마사지 선생님 말씀과 일맥상통하고, 호박은 찾아보니 체내 수분 배출을 도와서 젖량이 줄 수 있어서 많이 먹는 건 좋지 않다고 한다.
돼지족을 고아서 먹는 것은 사실 아내와 나에게는 첫째 때 효과를 본 방법으로 기억에 남아있었다. 먹고 나서 아이가 젖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잘 나오기 시작해서, '오 이게 제대론데!' 하고 놀랐었다. 이 믿음으로 둘째 때에도 시도해봤는데 둘째는 반년 정도 수유를 하다가 젖몸살을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분유로 넘어갔다. 마사지 선생님의 말을 믿어보자면 유선이 뚫릴 때쯤 딱 타이밍을 맞춰 아내가 돼지족을 먹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둘째 때 너무 괴로워해서 양배추 잎으로 찜질도 해보고 (이 방법은 병원에서도 알려준 걸 보면 효과가 있는 방법인가 보다) 통곡마시지까지도 받았다. 통곡마사지를 아는가? 통곡을 하면서 받는 가슴 마사지. 원래는 일본의 오케타니라는 사람이 고안한 모유수유를 돕는 유방마사지인데 이 사람의 이름을 한자대로 읽으면 한글로 '통곡'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이지만 마사지를 받으면 재미는 하나도 없고 진짜 통곡이 나온다고 한다.
이번에는 아내가 음식 조절을 잘해서 모유가 잘 나오도록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식사가 가능해진 후부터 감사한 마음에 치즈케이크, 딸기케이크, 크로와상 등의 맛 좋은 조공을 바쳤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셨다. 다만 모유수유를 하면 힘이 빠지고 배가 자주 고프니 밀가루랑 유제품이랑 지방이 덜 들어간 간식거리가 뭐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셨다. 그거 알아? 세상에 그런 거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