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1주 차 - 신생아 돌보기 0일 차
5박 6일간의 산부인과 생활이 끝나고 집에 가는 날.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는 걸까? 이 작고 약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막연하지만 진심 어린 걱정이 들었다. 퇴실 절차를 마치고 신생아실에 들어섰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깔끔하게 집에 갈 준비를 마친 아기가 잠든 채로 겉싸개에 싸여서 엄마의 품에 안겼다. 괜히 비장함이 감돌았다.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집중력을 끌어올려 최대한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아기가 깨지 않게 방지턱을 VIP급 승차감으로 넘어가기 위해 내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아기는 자는 채로 집에 무사 입성하였다. 아기랑 집에 오니 내 청각이 순간 예민해진 것 같았다. 아이가 놀라 깰만한 소음이 뭐가 있을지 탐지했는데, 소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생활하면서 나는 소리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비닐 부스럭거리는 소리, 냉장고 닫는 소리 등 무심히 듣던 생활 소음도 다시 들렸다. 다행히 아기는 이런 소리 자극 때문에 깨지 않았다. 좋아. 아주 예민한 기질의 아이는 아니구나 라고 잠정적인 판단을 내렸다.
집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해질 시간이 다가왔다. 아이가 울며 돌연 수수께끼를 냈다. “내가 왜 울게?” 집의 어른들은 머리를 맞대고 정답을 찾았다. 배고픈가? 쌌나? 낯설어서 그런가? 이것들 말고 애가 우는 이유가 또 있나? 관찰하다 보니 이번에는 다행히 힌트를 발견했다. 고개를 이리로 저리로 돌려보면서 입을 가만두지 않았다. 지금은 분명 배가 고픈 거다! 엄마 젖을 문 아기는 힘차게 빨아댔다. 그 순간 나 스스로 나에게 미션을 하나 내고 있었다. 미션명: “아기가 모유를 다 먹고 배가 덜 차서 울음을 터뜨리기 전까지 분유를 타서 젖병을 입에 물리시오."
우리 집에 젖병이 있던가? 내 기억 속에서 병원에서 받은 젖병이 세 개가 있었다. 그런데 새 거다. 씻어야 되는데. 아기용 세제가 있나? 오늘 택배로 온다고 했다. 그렇다고 일반 주방세제를 쓰기에는 젖병에 남을 것 같았다. 베이킹소다로 된 세제를 발견하고 일단 이걸로 깨끗이 세척했다. 그래도 조금 찝찝해서 물을 팔팔 끓여서 부어서 소독했다. 오~ 나 좀 똑똑한 듯?
젖병을 씻었으니 분유랑 물을 준비할 차례다. 젖병에 분유를 넣고 정수물을 포트로 데우기 시작했다. 너무 뜨거우면 식히면 오래 걸리니 팔팔 끓기 전에 적당히 따뜻할 때 분유에 부어 섞어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지? 따뜻한 물을 붓고 흔들고 있는데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거 끓은 물이야?” “아니, 내가 너무 뜨거워질까 봐 따뜻해졌을 때 부었어!” 내 센스에 감탄하겠지? 잠시 자아도취 중이었는데 아기는 위생적인 측면에서 끓인 물로 분유를 탄단다. 음... 맞는 얘기 같다. 버리고 다시 물을 끓여 분유를 타고 찬 물에 중탕했다. 아기는 빈 엄마 젖을 물다 칭얼대다가를 반복했다. 미션은 실패했지만 적정온도를 만들어 잘 먹였고 조금 놀더니 잠이 들었다.
아기가 오자마자 누가 시키지도 않은 신고식을 한바탕 치렀다. 조금 조용히 있으니 현실 자각 타임이 왔다. 흥건까지는 아니더라도 등에 은은히 베어 나온 땀이 느껴졌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게 느껴졌다.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아기와 아내를 번갈아 보았다. 실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