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옆에서 턱을 괴고 앉아 가만히 바라본다.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다른 세상이 들어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잡생각은 어느샌가 증발해 버리고 나의 오감은 오롯이 아기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동물이 된 것 같다. 정글북 같은 소설에서 보면 동물이 인간의 아기를 처음 만나는 전형적인 장면이 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고, 냄새도 맡고, 쿡쿡 찔러서 반응을 살펴보고, 아기가 내는 소리에 움찔한다. 요즘 내 모습이 딱 그렇다.
아기의 표정이나 움직임은 성인이나 조금 큰 어린이에 비하면 다채롭지 못하다. 눈과 입을 굳게 앙 다문 채 잠을 주무시거나, 인상을 잔뜩 쓰고 입을 이리저리 비틀어 대거나, 무슨 표정을 지을지 모르겠다는 듯이 멍한 표정을 짓는다. 천사같이 웃기도 한다. 태어난 지 며칠밖에 안된 아이가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웃음은 세상을 정화할 것만 같이 순수하고 깨끗하다. 이내 나에게 전염되어 온다.
아기가 내는 소리도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 아예 큰소리로 응애응애 소리를 내던지, 끙끙 소리를 낸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 하는 재채기 정도. 아직 성대를 쓸 줄 모르는지 간단해 보이는 아~ 나 우~ 소리도 내지 않는다. 어찌 보면 다 큰 사람에 비하면 볼 것도 들을 것도 없지만 나는 홀린 듯 아기에게서 시선을 쉽게 떼지 못한다.
너무나도 봐야 할 게 많다. 알아야 할 것 같은 것도 많다. 출퇴근길 버스에서 보면 잠들지 않은 거의 모든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렇지 않고 허공에 시선을 던지고 있으면 오히려 특이한 사람처럼 보인다. 멍 때리는 것조차 어려워진 이 시기에 너무 감사한 정신의 도피처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