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부작용: 아들 손가락에 생긴 빨판

[5살 아들] 데어서 물집이 생겼다 ㅠ

by 어린아저씨

놀이는 아이들에게는 생활이고 부모에게는 숙제다. 그렇기 때문에 괜찮은 놀이 레퍼토리를 찾아내는 것은 자주 방문할만한 새로운 맛집을 발견하는 것처럼 육아를 윤택하게 해 줄 수 있는 반가운 일이다.

최근 나의 놀잇감 레이더에 감지된 것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는 달고나였다.

달고나는 놀이 풀 패키지다. 만드는 거 보고, 모양 찍고, 띄고, 단 거 먹고. 관람, 체험, 놀이, 간식까지 아이들이 즐거워할 요소가 다양하게 녹아 있다. 준비물을 찾아보니 언제 샀는지도 모를 소형 쿠키 틀이랑 누름판까지 집에 다 있어서 돈이 더 들어갈 일도 없었다. 완벽했다.

아이들에게 제조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부루스타를 꺼냈다. 불을 쓰기 때문에 아이들은 만드는 건 관전만 하게 했는데도 초집중 모드였다. 세 국자 째 설탕을 젓고 있을 때였다 부탄가스가 마침 다 달아서 '폭' 소리와 함께 불이 꺼졌다. 아직 고객님들의 주문량을 채우지 못해서 주방 가스레인지에서 작업을 이어 나갔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내가 더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더 완성도 높은 달고나를 위해 다시 한참 집중 중이었는데 뒤에서 들리는 아들의 목소리.

"엄마 나 데었어"

내용에 비해 목소리가 차분해서 무슨 상황인가 파악하고 있는데...

'아 부루스타!'

아들의 검지 손가락 가운데가 부루스타 화구 구멍을 따라 오징어 빨판처럼 하얗게 떴다.

뭐가 궁금해서 그걸 만졌을까… 결국에는 다섯 살 아이 앞에 달궈진 부루스타를 안 치운 내 책임인지라 이래저래 너무 속이 상했다.

조금 지나니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나 보다. 환부를 흐르는 찬물에 데서 응급처치를 했다. 팔이 아플 것 같아서 물에 손을 담그게 하려고 준비하는데 울기 시작한다. 고통이 심한지 울음소리가 크다. 화상의 고통을 알기 때문에 더 안쓰러웠다.

그래도 찬물에 손을 넣으니 통증에 도움이 되는지 울음소리는 조금 작아졌다. 저녁 때도 지나서 벌어진 일이라 병원을 가는 게 나을지, 열려 있는 병원이 어딘지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는데, 웬걸, 요즘 달고나 만들다 화상 입은 애들이 한둘이 아니다.

놀란 가슴을 울며 진정시키느라 진을 뺐는지 아들은 그새 손은 물에 담근 채로 희한한 자세로 평소보다도 일찍 잠이 들었다. 약을 사 와서 손가락에 발라줬다.

아이가 다치면 여러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고 그다음에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이 올라온다. 걱정도 되고, 안쓰럽기도 하고, 속도 상한다. 황당할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고, 웃길 때도 있고, 자책감이나 무력함을 느낄 때도 있다. 돌본다고 돌보는데 아이에게 노출된 위험을 모두 막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그중 몇 가지를 겪어가는 것이 또 성장에 필요한 양분이 아닐까 싶다.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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