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많아서 야근을 하고, 집이 회사에서 워낙 멀기 때문에 느지막이 귀가해서 자는 아이들 얼굴을 보고 아내와 짧은 대화를 나눈 후 잠이 등고 다음날 아침에 바로 출근하던 일상의 패턴. 셋째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꽤 자연스러운 일과였다.
셋째가 태어난 지 2, 3주 차 기간에 줄 야근을 할 일이 생겼다. 예상되었던 일정이기는 했다. 저녁을 먹고 조용히 일을 하던 중 돌연 든 생각. "아이가 태어났는데 며칠 동안 안아 보지도 못하네". 순간 정확히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예전에는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꽤나 근본적인 문제에 맞닥뜨린 것이다. 가족들과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만 그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이 모순처럼 느껴졌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소위 말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내 또래 중에 아버지와의 행복한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는 많지 않다.
문자 그대로 먹고사는 것이 힘들었던 시기에 회사에 충성을 다 하는 것은 아버지들이 택할 수밖에 없던 최선이 맞다. 일하고 돈을 벌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대단한 일을 하신 것도 맞지만 시대가 흘러간 만큼 전 시대에서 드러난 부족한 부분, 즉 아이들과 아빠의 관계를 보완하고 싶은 것이 새로운 세대인 나의 마음이고, 그다음 세대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새 생명의 탄생이 우리 가족의 생활을 분명 바꿔 놓았고 나의 가치관까지도 생각보다 분명하게 바꿔 놓은 모양이다. 정녕 우리 가족의 생계와 함께하는 시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이제 막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한 주제이기에 답이 무언지,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조차도 미지수이지만 이 두 마리를 모두 잡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것은 사실이지 않을까. 결혼과 육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의 원인이 바로 이런 아이러니로 인해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는 부담감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돈 욕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월급을 받아서 몇 년 간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가다 보니 돈이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시간이 돈보다 훨씬 더 귀하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이 와닿는다. 내가 무언가를 준비하는 동안은 시간이 조금 멈춰줬으면 좋겠지만 이 세상에 시간보다 꾸준한 것은 없다. 꼭 발견해내고 싶다. 가족들과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낼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