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씨 공장 문 닫은 생생 후기 (for daddys)

정관수술 경험담 + 깨알 정보

by 어린아저씨

셋째가 태어나고 우리 가족은 다섯이 되었다. 넷도 좋지만 다섯이 되고 나니 비로소 우리 가족이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히어로도 아이돌도 그룹은 5명이 가장 안정적이고 균형감이 있다는 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제 더 이상 미련 없이 묶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종종 지인들 또는 지인의 지인들의 정관 사정까지 듣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TMI 일 수 있으나 나에게는 언젠가 다가올 미래였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듣곤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이를 더 가질 계획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남성들이 정관수술을 망설인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를 한 명 더 갖게 된 경우도 들어 봤고, 아내의 그날이 늦어지거나 미열이 나는 등 임신 유사 현상을 경험하고 나서야 경각심을 갖고 수술을 받고 왔다는 얘기도 몇 번 들었다.

정관수술을 꺼리는 이유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는 육체적으로는 날카롭고 뾰족한 것을 나의 소중한 소중이에 대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일 것이고, 심리적으로는 이유는 명확히 설명하기 힘든 찜찜함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내가 가진 능력 중 하나를 완전히, 그것도 스스로 봉인하게 되는 것에 대한 망설임 같은 걸까.

나는 어른스럽게 마음을 다잡고 담담히 예약을 잡았다. 날을 잡아 놓으면 금방 다가온다. 접수를 마치고 진료실에 들어가서 선생님과 면담 겸 진료를 받았다. 감사하게도 너무 친절하신 분이셔서 마음이 놓였다.

가장 먼저 받은 질문:
"꽤 일찍 수술을 결심하신 것 같은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네, 제가 아이가 셋이라 이제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 네 그러시다면 다행이네요."

정관수술을 받고 나면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예 복원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복원한다고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는다고 알려주셨다. 나처럼 자녀 계획을 달성해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겠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케이스가 많다고 하셨는데 딩크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오는 경우도 있고, 배우자 모르게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수술 전에 그 이유를 묻고 복원 불가의 가능성까지 몇 번 당부하시고 나서 시행하신다고 한다.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대기하고 있는데 나의 담담했던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수술실로 가실게요"

모래밭을 걷듯 발이 무거웠다. 안내를 받아 하의 완전 실종 상태로 차가운 수술대에 누웠다. 정관 수술을 꺼려서 미룬다던 다른 아빠들을 겁쟁이라고 생각하고 은근 나의 성숙함을 음미하던 나의 마음이 사뭇 겸손해졌다. 나의 악한 마음을 회개했다. 그들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수술대 위에 누워있을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았던 것이다. 비뇨기과 수술대 위의 모든 아빠들은 똑같은 벌거벗겨진 한 명의 연약한 인간일 뿐이다.

'이제는 도망가기도 힘들어졌네, 정말 돌이킬 수 없구나'

되지도 않는 희한한 감상에 젖어들려고 할 때쯤 수술을 준비 중이시던 간호사 형님이 말을 걸어오셨다. 유재석 님을 복사라도 해놓은 듯한 재치 있는 대화 리딩으로 나의 긴장감을 녹이시고는 수술 전 처치를 어느새 다 해 놓으셨다.

의사 선생님이 아직 들어오시지 않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현실 자각이 다시 돌아온 건지, 손에 땀이 배어 나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내 신경은 마취주사의 통증에 대한 공포에 집중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여름방학에 느꼈던 그 고통을 애써 다시 불러내 보고 있었다. 기억이 난다고 해도 도움이 될리는 없지만 나의 뇌는 고통을 대비하려는지 그 고통을 자꾸 끄집어내려 애썼다.

의사 선생님의 입장. 수술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마취주사가 두려웠다. 최대한 마취의 고통이 짧게 끝나기만을 바랐다.

"따끔합니다."

따끔!이라 하기엔 치와와만한 모기가 침을 꽂는 것만 같았다. 그것도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부위에. 남자의 자존심으로 참아내는 척을 하고 나니 다행히 마취가 잘 된 듯했다. 수술대 위에서 내가 할 일이라고는 누워있는 것 밖에 없었지만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2, 30분 정도의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수술대에서 내려왔다. 다리에 웬 물기가? 내려와서 수술대를 보니 내가 누워있을 때 살이 닿았던 부위 아래에 땀이 촉촉이 배어 나와 있었다. 어지간히 긴장했던 모양이다. 간호사 형님이 수술대 위에서 땀 안 흘리는 사람이 없다고 하셨다.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선생님께 주의사항을 듣고 차를 타고 운전을 하고 귀가했다. 담담히 걸어 들어갔지만 다시 나오기까지 감정의 흐름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이 다이내믹했다. 역시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부록] 혹시 정관 수술을 생각 중인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적어보는 정보

비용은 30만 원 들었다.

마취 주사는 아프다.

정관 수술 후 복원술이 가능하지만 복원이 안될 수도 있다.

정관 수술을 해도 3개월은 정자가 남아 있을 수 있다. 3개월 후 검사를 받아서 수술이 잘 되었는지 확인을 받아야 안전(?)하다.

수술 후 1주일 정도는 격렬한 운동, 음주는 금지다.

수술 당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아버지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