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가 사람을 키워낼 능력이 있는가 하는 자문을 하게 된다. 사람을 키워내는 것에 자신만만한 사람이 있을까? 아직 나 자신도 다 자라지 않은 것 같은데. 육아는 어쩌면 성인이 아이를 길러내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같이 커간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양육이 단순히 아이에게 안전을 위협받지 않을 공간을 제공해주고, 적당한 영양을 공급해서 육체적 발달과 성장을 이룩하는 게 끝이라면 육아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기에, 한 명의 사람을, 그래도 선한 영향력을 발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그 책임감 때문에 부모는 항상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아이가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이 과도한 욕심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그 존재 자체가 영향력이다. 어느 공간에 혼자 있는 것과 다른 누군가가 함께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관계가 탄생한다. 적극적으로 상호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그 영향력은 보다 분명해진다.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차피 영향력을 발산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향기로웠으면 좋겠다. 아이 본인에게도, 그를 둘러싼 세상에도 이롭다.
나는 내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을까? 분명 머릿속에 추상적인 지향점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칭찬하거나 지적해 왔을 것이다. 반면 제대로 정리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순간의 감정이나 상황에 이끌려 임의적으로 아이를 훈계한 일들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성인으로 자라나서 스스로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이 부모에겐 살아 움직이는 성적표가 될 것이다. 곰곰이 우리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지 생각해봤다. 정말 여러 가지 가치가 있겠지만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다.
1.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살아가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느끼게 된다. 감사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때로는 별종으로 보일 만큼 많지 않다는 것을. 감사를 아는 사람들의 삶은 따뜻하고 빛이 난다. 그들이라고 결핍이 없겠는가.
2. 사람의 가치를 아는 사람
세상의 많은 일들이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다. 거의 모든 일이라고 해도 틀리진 않을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얻을 줄 아는 사람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3. 자신의 생각을 시도해보는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어디선가 주워들은 어설픈 지식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그렇게 많은 것을 오해하면 살아간다. 스스로의 생각을 직접 검증해가면서 자신만의 삶을 차근차근 완성시켜가면 좋겠다.
4. 시간의 힘을 아는 사람
꾸준함 앞에 장사가 없다. 많이, 오래 하면 잘하게 되고 뭐라도 계속 모아두면 나만의 콘텐츠가 된다. 시간만큼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기 때문에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서 변명할 수 없다.
5.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
마음의 여유는 단순히 긍정적 사고방식이 아니다.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삶을 잘 관리해야 한다. 행복과 만족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다 적고 보니 결국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인 것 같다. 아이들 교육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아이에게 내가 되지도 못한 그런 사람이 되라고 하는 것부터가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