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의 효과가 결국 나타났다! 딸이 먼저 토요일에 뭘 할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어떻게 아이들을 구슬려서 데리고 나가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디서 무엇을 할지 정도만 고민하면 되리라 생각했는데, 요놈들은 뼛속까지 내 자식들이라 방안 퉁수였다. 지금의 나는 나가는 걸 좋아라 하지만 어릴 때 방안 퉁수라는 말을 엄마에게 너무 자주 들어서 나에겐 매우 익숙한 표현이다.
몇 주간 나가서 놀았던 즐거운 기억이 축적된 것인지, 아니면 갓난아기를 보는 엄마를 배려하기 위해 우리가 나가 주는 주말의 일상이 머리로 받아들여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라도 고맙다. 아기가 태어난 지 7주 정도 되었고 그동안 실내 동물원, 어린이 마술, 아쿠아리움, 키즈카페 등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 중에 가볼 만한 곳을 샅샅이 뒤져서 리스트를 만들어 다녀보고 있다. 이번 주는 고양이 카페에 가기로 했다. 처음 가보는 거라 나부터도 기대 중이다.
집에 오는 길이 같은 방향이라 자주 대화를 나누는 직장 동료 분이 있다. 자주 나누게 되는 얘기는 저녁에 뭐 먹을지, 주말에 뭘 할지에 대한 소소한 얘기인데 요즘 주말마다 밖에 나간다고 말을 하니, 아빠에게도 쉴 시간이 필요할 텐데 놀아주면 너무 지치지 않냐고 물으셨다. 맞다. 종종 유독 지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놀아 주는 게 힘에 부친다. 그런데 요즘은 솔직히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아이들 중심으로 맞춰져 있기는 하지만 나도 애들이랑 다니면서 구경하는 것을 즐기는 중이다. 동물을 보고 먹이도 주고, 마술쇼를 보는 게 어른이라고 지루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나도 문화생활하고 아이들 즐거워하는 모습 보고 사진도 찍어주면서 나름의 힐링도 하고 있다. 만약 같이 앉아서 뽀로로 같은 영상만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더 힘들 것 같다.
놀아주는 건 쉽지 않다. 그건 인정이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데 부모와 자식 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이가 내 취향에 맞지 않는 놀이를 가지고 와서 자꾸 보채면 때로는 희생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여 줄 때도 있다.
우리 아이들과 아내의 관계가 그렇다. 역할 놀이에 특화된 우리 위에 두 아이들. 아내는 취약하다. 심지어 아내는 '엄마가 솔직히 너무 힘드니 역할놀이는 하루에 30분만 하자'고 애들에게 협상도 했었다. 아이들과의 역할 놀이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보통 어른의 역할 몰입력이 아이들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일 테고 다른 한 이유는 자유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몰입해서 놀이를 이끌어보려고 하면, "아냐 그거 안돼" 하면서 막아선다. 아이들도 내 맘대로 못하게 하면 지루해하듯 어른도 마찬가지다.
요즘 포켓몬에 심취한 아들은 자꾸 포켓몬 배틀을 걸어오는데 맨날 "아빠는 무슨 포켓몬이야?"라고 먼저 물어보고 자기는 그다음 내가 말한 포켓몬에 우세한 포켓몬을 고른다. 그리고 맨날 최고 강한 공격을 퍼붓는다. 그리고 내가 강력한 공격을 하면 다 피한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나는 한 방 맞고 죽어버린다. 아이는 '이렇게 끝인가요?' 하는 눈빛을 보내지만 나는 이 아이의 패턴을 깰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별 수 없다.
비교적 역할놀이 파였던 나도 쉽지 않은데 어느새 아내가 나보다 더 잘 받아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공격 이름을 지어내면서까지 놀아주는데, 아내가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는 것이 내 눈에는 너무 잘 보여서 정말 이게 사랑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애들은 크면 엄마의 이 노력은 진심으로 인정해줘야 된다.
부모 자식 관계도 결국 사람 간의 관계인지라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주게 된다. 두 아이들은 노는 성향이 맞아서 엄마에 대한 집착을 줄이고 둘이서 역할 놀이를 한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노는 것도 요즘처럼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아이와 노는 코드가 겹치는 부분도 있다. 그럴 때 나는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다. 진심으로 같이 놀뿐이다. 그러면 거의 힘든 걸 모른다. 물론 지나고 나면 몸은 지쳐 있지만. 같이 붙어 살기 때문에 공통의 놀이 코드를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갈 수 있어서,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나니 놀아주는 게 아주 버겁지는 않다. 오히려 점점 즐거워지는 것 같다. 요즘은 나도 점점 더 부모다워지는지 애들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