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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아저씨 Jan 19. 2022

어쩌다 간헐적 단식 (feat 김밥)

[세 아이 아빠 이야기] 다이어트는 인생의 숙제구나

셋째를 낳고 나서 저녁 식사 패턴이 바뀌었다. 원래는 집에 도착해서 밥을 차려서 먹기 시작하면 9시쯤 된다. 다 먹고 뒷정리를 하고 나면 셋째 아이를 돌보거나 위에 큰 아이 둘을 씻기고 잘 준비를 시켜야 하는데 배가 막 불러버려서 드러눕고 싶어 진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임무를 완수해도 어느새 나도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어버린다. 소화도 아직 다 안 됐는데, 참 모든 것이 애매했다.

작고 소중한 저녁시간이기에 정말 소중하게 보내고 싶어서 결단을 내렸다. 저녁을 회사에서 먹고 집에 가보기로 했다. 매번 저녁을 사 먹는 것은 부담이 된다. 그래서 최대한 저렴하게 포만감을 줄 수 있고 질리지 않고 건강에 많이 나쁘지 않으면서 빨리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민했다. 그렇게 찾아낸 메뉴: 김밥. 김밥은 사랑이다.

회사 근처에 반찬가게가 하나 있는데 김밥을 정말 잘하신다. (성수동에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꼭 소개해주고 싶을 정도다) 한 가게에 정착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먹어 봤는데 김밥 맛 차이가 이렇게 날 줄 몰랐다. 가격은 2500원이었는데 올해부터 올라서 3000원.(조금 아쉽다 ㅠ) 월 출근 일수를 대략 20일로 잡으면 6만 원이다. 나는 6만 원으로 한 달치 저녁시간을 사기로 했다.

배를 채우고 가는 덕분에 집에 가는 길이 허기지지 않았다. 집에 육아 출근해서 애들을 보다가 다시 배가 조금 꺼지면 눈에 보이는 주전부리나 저녁식사 때 먹고 조금 남은 반찬을 쓱 집어 먹었다. 여러모로 나의 계획은 만족스러웠다. 아내도 내가 도착하면 바로 육아를 분담해 맡길 수 있었고, 아이들은 내가 밥 먹는 걸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놀거나 대화도 할 수 있어서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다. 

나는 소아비만 출신이다. 그래서 쉽게 살이 찐다. 물론 퇴근 후 눈에 뭐가 보이면 주워 먹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평소 식사나 군것질 양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지는 않다. 예전에는 정말 음식에 대한 흥미와 집착이 매우 크긴 했는데, 아내랑 결혼 후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요즘은 아내도 내가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잘 찌는 것 같다고 신기해하며 인정한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것도 한몫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몸이 조금씩 불어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던 어느 날 나는 두려움을 참아내고 체중계에 올랐다. 몸무게를 보고 울적해졌다. 내 몸에게 섭섭했다. 무게가 늘었을 거라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정도로 불어나 있었다. 집에 가서 먹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니 벌써 뱃속이 허하고 배가 고픈 것만 같았다. 그때. 문득 "간헐적 단식"이 떠올랐다.

찾아보니 이 다이어트 방법도 몇 가지 방식이 있는데 나는 16:8 방식을 채택했다. 하루 중 16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8시간 동안만 식사를 허용한다는 뜻이다. 간헐적 단식의 핵심은 공복이다. 공복을 충분히 유지해서 몸이 지방을 연소하기 쉽도록 전환한다고 한다.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려면 생각할 것도 많고 노력도 필요하다. 나는 이 라이프스타일대로 살기 위해서는 밤과 아침의 허기만 이겨내면 가능한 상황이었다. 6시 반에 퇴근하기 전에 김밥을 먹을 테니 다음날 오전 10시 반까지만 아무것도 입에 넣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집에 가서 집어 먹지 않고, 아침밥을 거르면 된다.

간헐적 단식을 진행한 지 3주 차가 되었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일 뿐이지만, 효과가 괜찮은 것 같다. 몸무게가 줄기도 했는데, 가장 좋은 것은 확실히 몸이 가벼운 느낌이 든다. 평소에 부지런하게 위와 내장에 음식물을 담아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가 셋이다 보니 건강을 많이 챙기게 된다. 지금은 아이들을 돌보고 놀아주기 위해서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나이를 먹어서는 아이들에게 짐이 안 돼야 마지막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늙어서 아이들에게 병원비 손 벌리지 않을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지금부터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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