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냥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의미를 새삼 숙고해 보게 된다. 아이들이 물어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인사를 왜 해야 하는지, 왜 꼭 학교를 가야 하는지, 왜 싫은 것도 참아야 하는지 등등 간단히 답변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종종 이런 질문의 대답을 찾다 보면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네?" 싶어서 안 해도 되겠다는 결론 날 때도 있고, 아이에게 곧바로 이유를 설명해줄 수는 없으나 분명히 해야 하는 거라서 인터넷이나 책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때도 있다. 아이가 내 인생공부를 다시 시켜주는 것 같다. 부모가 되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질문을 통해 이론적인 생각만 다시 해보도록 만드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서도 배운다.
나는 평소에 집에서 나서는 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아침을 아이들과 맞이할 기회가 주중에는 전혀 없다. 주말에만 가능한 일이다. 이번 주말에 조금 느지막이 일어나서 (그래도 우리 집에서는 일등이다) 뻐근한 몸을 바닥에 붙이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터벅터벅 발소리가 났다. 아들이 일어나서 거실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아빠 잘 잤어?"
아들의 아침 안부를 듣자마자 희한하게도 그 순간 피로가 어느 정도 풀리는 것만 같았다. 미소가 저절로 지어질 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이 한마디가 뭐라고 이렇게 좋은 일인가. "잘 잤지. 아들도 잘 잤어? 이리 와." 아들을 배에 얹고 거실 바닥을 뒹굴거렸다.
네이버 사전은 인사를 이렇게 정의한다.
인사 (명사)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인사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도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사춘기 때 꽤나 내향적이었던 나는 인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불편했었다. 형식적으로 던지는 이 말 한마디가 꼭 필요한 것일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내가 인사를 하긴 해야 한다는 원칙을 받아들인 이유는 두 가지였던 것 같다. 하나는 어쨌든 인사는 잘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고, 둘째는 나도 누군가가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섭섭하거나 무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봤기 때문이다.
아들이 툭 던진 아침 인사 한마디가 새삼 인사가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은 깨닫게 해 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한다. 나는 사람이 삶의 의미를 잃을 때가 바로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사람을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 한마디에도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감사한 것 중에 하나는 엄마 아빠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다. 부모의 사랑이 과연 자식의 사랑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