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개월 인간 아기 관찰일지
[생후 4개월 차 아들] 3개월 된 아들에게 찾아온 변화
아내가 셋째 아이를 임신을 했을 때부터 글을 차곡차곡 모아 왔는데, 어느새 태어난 지 벌써 세 달. 생후 첫 달, 둘째 달에도 관찰일지를 쓰면서 매달 관찰일지를 쓸 만큼 내용이 나올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셋째 달에도 아기는 저번 달과 확실히 다르게 자라 있었다. 생후 3개월 아기에게서 발견한 모습들이다.
1. 모빌을 본다
지금까지 나에게 모빌이나 바운서는 장식품 내지는 보통 아기 키우는 집에 있기 때문에 우리 집에도 있는 그런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아기가 사용을 안 했다. 눕히면 1분도 안돼서 안아달라고 울어버리니. 그런데 모든 것에는 때가 있나 보다. 모빌이 달린 바운서에 앉아서 모빌을 가만히 응시하기도 하고 뭐가 재밌는지 웃기도 한다. 다른 감각에 비해 시력의 발달이 많이 느리다는데 이제 예전보다 점점 잘 보이는 모양이다.
2. 앞보기를 좋아한다
저번 달까지만 해도 아기가 울면 가장 먼저 취하게 되는 자세는 아기의 머리가 내 어깨에 기대어지도록 안는 것이었다. 그렇게 안고 한 손으로 엉덩이를 토닥이며 울음을 멈추길 기다렸는데 이제는 더 효과적인 방법을 발견했다. 나를 의자 삼아 아기가 앞을 보도록 앉히는 것이다. 몸이 커져서 그런지 나에게 등을 안정적으로 기대어 꽤 오래 불편해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다. 팔이나 어깨 힘이 필요하지 않고 허벅지를 내어주면 되니 엄마 아빠도 더 편해졌다.
3. 주먹을 본다
아기가 마치 가창력 좋은 가수들이 고음을 부를 때 마이크를 들고 있는 것 같은 모양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그 모습이 종종 보이길래 '뭐 하는 건가...' 하고 살펴보니 시선이 주먹에 고정되어 있었다. 꽤나 진지하게 관찰한다. 한참을 보고 나더니 이내 입으로 직행한다. 눈이 점점 더 잘 보이기도 하고 이제 자신의 신체를 이전에 비해 잘 제어할 수 있기에 가능해진 기술인 듯.
4. 주먹을 맛있게 먹는다
두 달째쯤부터 이미 주먹을 빨기 시작했다. 이제는 팔 컨트롤 능력이 향상되어 더욱 자유자재로 훨씬 자주, 오래 빤다. 입이 허전한 걸까, 주먹 빠는 감촉이 좋은 걸까? 물어보고 싶다. 왜 그렇게 빠는지. 주먹이나 볼 따귀가 침범벅이 되어버려서 침독이 오르지 않을까 조금 걱정도 된다. 손수건을 목에 둘러주기 시작했고 치발기를 샀다.
5. 소리 내서 웃는다
우연히 발견했다. 눈 마주치고 대화를 하다 보면 왜 자꾸 깨물고 싶고 쪼물딱 거리고 싶은지 모르겠다. 손끝을 세우고 아기 가슴에 대고 나물을 버무리듯이 쪼물거렸다. 조금 빠르게. 순간 아기가 크흑 (더 적절한 의성어가 있을 거 같은데 못 찾겠다) 하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간지럼을 탄 것 같다. 너무 귀여워서 다시 해봤는데 몇 번은 더 웃더니 배에 힘이 너무 들어가는지 이내 힘들어 보였다. 간지럼은 당분간 자제하려고 한다. 조만간 까꿍 하면 까르르하는 시기가 오겠구나.
6. 응가 횟수가 줄었다
예전에 비하면 응가를 보는 횟수가 확실히 줄은 것 같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큰 일을 봤던 것 같은데 요즘은 3일에 한 번 정도 보는 것 같다. 변비가 아닐까 걱정도 되었지만 쌀 때는 시원하게 잘 싼다. 요즘 부쩍 덩치가 커진 느낌인데, 모유가 많이 흡수돼서 나오는 게 적은 건가? 하고 아내와 추측 중.
7. 한쪽 엉덩이를 든다
누워 있으면 팔다리를 가만 두지 않고 파닥거린다. 최근에 뒤집기를 준비하는 듯 한쪽 엉덩이를 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착각일지도 모르겠는데 몇 번 보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보통 뒤집기는 4~6개월에 한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몸이 한쪽으로 기울기는커녕 엉덩이가 땅에서 살짝 들리는 정도이다. 모든 시작이 그렇듯 아주 미미하다. 나는 또 몇 달 후 뒤집기를 보면서 헤벌쭉 웃으며 물개 박수를 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