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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아저씨 Dec 14. 2021

결혼을 하면 좋냐고 물으신다면

[아빠의 사색] 자주 들은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

조금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주변에서 나에게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얘기를 편하게 꺼내는 편이다. 특히 진지한 연애를 하고 있거나 결혼을 생각하는 중인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그들은 내가 어떻게 결혼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확신이 있었는지, 후회는 없는지 등등 궁금한 점을 묻는다.

결혼을 하면 좋냐는 질문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 중 하나이다.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어느 때부터인가 한마디정리됐다.


 "좋은 사람이랑 결혼하면 좋아요"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결혼 이후에 맞이하게 될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삶이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미지의 영역에 먼저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꽃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기 때문일 것 같다.

질풍노도의 사춘기와 아무것도 없던 20대를 거쳐  내 나름의 세상을 만들어 가며 조금씩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내가 만들어 놓은 즐거움도 있고 내 나름의 문제 해결 방식이 있다. 많은 것들이 내 계산 안에 있어서 꽤 안정됐다고 해야 할까? 그 시선으로 보자면 결혼은 다시 불안정으로 회귀하게 만든다. 기존의 나를 부수고 다시 쌓아가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옳고 그름보다 사람의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은 익숙함이라고 생각한다. 혼자라는 매우 익숙한 상태에 변화를 주는 것 자체가 불안이다. 고심 끝에 결정한 이 결혼이란 것이 가져온 변화에 후회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보인다. 결혼은 인생을 건 도박일까? 도박과 다른 점은 결혼할 상대를 내가 직접 찾아내고 연애를 통해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갈 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그저 하나의 이벤트일 뿐 일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누구의 손을 잡았는지 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을 무조건 권하지는 않지만 좋은 연인을 만나서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적극 권장한다. 이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욕심을 내서라도 꼭 결혼을 하길 추천한다. 남은 인생길을 함께 걸을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지금 나 자신에게도 부족함을 많이 느끼기에 25살 결혼할 당시에 나는 정말 세상 물정도 모르고 내 한 몸 온전히 건사할 줄도 모르는 볼 빨간 꼬맹이에 불구했을 것이다. 그런 나에게 아내는 손을 내밀어 주었고 나는 그 손을 덥석 잡았다. 내 인생의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이다. 아내가 있었기에 지금 이 정도라도 어른인 척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살아가면 갈수록 인간은 홀로 온전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세상에는 관리할 것도, 준비할 것도, 책임질 것도 많다. 혼자서 해 나가기에는 외롭기도 하고 힘에 부쳐서 훨씬 더뎠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늙어 갈 예정이니까. 


지쳐갈 때면 먼저 나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조금 쉬라는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사람이 옆에 있음에 감사하다. 반대로 아내가 힘들 때 내 어깨도 쓸모가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쉽지 않은 결정은 해준, 그리고 쉽지 않은 길은 같이 가주고 있는 아내에게 지고 있는 마음의 빚이 크다. 평생 천천히 갚아도 될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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