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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아저씨 Jan 24. 2022

육아와 유튜브, 적과의 동침?

[아빠의 사색] 조심스러운 아이들 미디어 시청

유튜브는 나쁜 것일까? 세상 모든 만물에는 여러 이면이 있는 법이다. 그 자체에 좋고 나쁨의 가치가 부여된다기보다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양날의 검이라는 표현, 의사의 칼은 사람을 살리지만 살인자의 칼은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마트폰, 특히 유튜브를 두고 이와 유사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때로는 육아 동반자일 수도 있지만, 아이가 너무 빠져들게 되면 내 아이를 망가뜨리거나 우리 가족에서부터 뺏어갈 것처럼 위험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아이는 스미트폰 앞에서 경건하다. 밥 먹을 때 밥상 앞에서는 5분도 안 돼서 엉덩이에 헬륨 가스라도 들어 있는 듯이 엉덩이를 붙이고 있지를 못하는데, 영상을 보고 있으면 거의 고3 범생이 못지않은 집중력을 발휘한다. 몇 십분, 한두 시간은 입을 쑥 내밀고 열중한다.

엄마 아빠는 때로 이걸 육아 치트키처럼 사용한다. 영상을 보여주지 않으려면 그를 대체할만한 놀이를 부모가 해줘야 한다. 그런데 때로는 집안일이나 회사에서부터 짊어지고 온 피로 때문에 힘겨울 때가 많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의 유튜브를 쥐어주는 건 건강에 좋지 않을 건 알지만 기분 전환을 위해 한 잔 마시게 되는 생맥주 같다고나 할까?

마치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이 있는 것을 알면 자꾸 냉동실 문을 열어보는 것처럼, 스마트폰 속에 생각만 해도 엔도르핀이 솟아나는 꿀잼 영상이 가득하다는 것을 안 이상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예 끊도록 강요하지는 못할 것 같다. 스마트폰의 폐해를 강조하는 몇몇 전문가들은 완전히 끊어내기를 권하기도 하지만, 나는 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TV 앞에 누워서 엄지발가락으로 채널을 돌리던 어린 내 모습이 생각나서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아이들도 소소한 웃을 거리가 필요할 것이다. 어른들은 시간 날 때 스우파, 오징어 게임, 놀면 뭐하니, 그 해 우리는 을 보면서 애들 보고는 모든 영상 미디어를 일체 끊으라고 하는 것은 불공평한 대응이 아닌가 싶다. (옳다는 확신은 아니지만) 어쨌든 끝내주는 집중력으로 하루 종일 영상만 보도록 할 수 없기에 아이와 시간 약속은 한다.

결국 내 어릴 적 TV나 지금 유튜브나 성격에 있어서 비슷한 것 같기는 한데,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면 콘텐츠의 적합성이다. TV에 나오는 것들은 그래도 방송심의를 거친 소위 방송용이다. 그에 비해 유튜브는 비방용 콘텐츠도 많다. 아이들 영상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용은 그렇지 못한 것들을 많이 봐왔다.

얼마 전 10살 딸아이가 보는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었다. 나는 관리 차원에서 내용을 종종 보는 편이다. 아이들이 재미로 보는 채널이 대체로 부모에 맘에 쏙 들기란 어렵다. 그런데 이번 건 정말 불편했다.

학교를 콘셉트로 한 콩트 채널인 것 같은데, 그동안 딸아이가 봤던 다른 채널 보다도 수준 낮은 1차원적 개그라서 일단 별로였다. 그런데 콘텐츠 내용도 보니 일진, 학폭, 담배, 키스, 살인 등을 다루기도 했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아이가 굳이 알 필요가 없기도 하고, 내용을 유익하게라도 풀어내면 좋을 텐데 단순히 유치한 개그 소재로나 활용하는 듯했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채널이라기에는 콘텐츠 내용이 아이들의 수준을 넘어섰고, 중학생이나 그 이상을 타깃으로 했다기에는 너무 유치한 것 같았다. 나는 딸아이에게 미안하지만 이 시리즈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너무 고맙게도 딸은 알았다며 수긍해주었다.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분명 똑똑할 때도 있지만, 생각보다 보호가 필요하기도 하다. 어린아이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나 절제 능력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면 오히려 부모는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과잉된 걱정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아이들이 좋은 것만 보고 들으면 좋겠다. 그런 것만 접하기에도 하루가 모자라다. 유튜브와의 지혜로운 동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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