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생각을 하나씩 모아보려고
아빠의 잔소리 타임캡슐 - 프롤로그
우리 첫째 딸이 어느덧 10살이 되었네. 아빠는 요즘 진짜 시간이 귀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사실 이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나 들어왔던 이야기이긴 한데, 요즘 진짜 마음으로 느끼는 것 같아.
법적으로는 20살 정도면 성인이라고 인정을 하거든. 이 말은 우리 딸이 지금 살아온 만큼을 한 번만 더 살면 성인이 된다는 얘기네. 아빠한테는 네가 태어난 후 10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거든. 그래서 시간이 가는 게 아쉬운… 조금은 무섭기까지도 한 느낌이 드네. 과연 우리 딸은 20살이 되면 엄마 아빠랑 계속 살고 싶어 할까 아니면 따로 살고 싶어 할까?
얼마 전에 어린이라서 행복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지? 보통은 애들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한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엄마 아빠한테서 무엇을 보고 느낀 걸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이유는 보통 빨리 커서 다 내 맘대로 하고 싶어서 인 것 같더라고. 아마 너는, 어른이라고 해서 다 맘대로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느낀 것 아닐까 싶네. 아빠가 그런 얘기를 직접 한 적도 있긴 하지.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아빠는 나름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해. 아빠 나름 고민도 많고, 어둡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 지금도 우리가 부자라거나 모든 상황이 완벽하진 않지만, 주변에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행복한 태도로 삶을 바라보는 사람 중 한 명인 것 같아. 거기에는 엄마 아빠를 키워주고 보살펴 주신 우리의 엄마 아빠, 너희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이 녹아 있을 거고, 우리를 좋게 생각해주고 함께 정을 나눈 고마운 친구와 지인들의 덕도 큰 것 같아.
지금 아빠는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할 시간인 것을 강하게 느끼고 있어. 앞으로도 이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아빠가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 기본적인 경제적 안정이기도 하고, 가족과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적 여유이기도 할 거야. 그것을 지킬 능력을 갖기 위해 어떻게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면서 아빠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매일 점검해보는 것 같아.
그러면서 아빠가 인생에 대해 참 모르는 것이 많았고 부족했다고 느끼는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더라고.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었구나’라고 문득문득 느껴.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삶의 규칙도 많고, 무조건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일들도 발견하고 있어. 지금이라도 깨달아 다행이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지.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일찍 알려주고 싶다” 하는 생각은 버릴 수 없더라고
아직 열 살, 여섯 살 두 살 밖에 되지 않은 너희들에게는 이런 얘기들은 뜬구름 같을 거라서 직접 말을 해줄 수는 없을 것 같아. 사실 성인이 돼서도 직접 느끼지 못하면 받아들일 수 없는 어려운 얘기들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하나씩 적어서 남겨보려고는 해. 너희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아빠를 위해서이기도 해. 아빠가 적은 이 글이 너희에게 언젠가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낭만적인 생각도 해보고, 적어도 ‘내 아빠라는 사람이 30대에 이런 고민을 했었구나’ 하면서 읽어볼 날이 오진 않을까?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 하는 모습이 결국 "내가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만약 아빠도 하지 못하는 걸 너희에게 요구하면 그것도 왠지 억울하잖아. (근데 아마 모든 부모는 내 아이가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긴 할 거야. 본능일지도 몰라) 애들아 우리 같이 성장해보자. 언젠가는 너희가 이 글을 읽을 날을 기다리면서 하나하나 써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