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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현 Sep 09. 2016

[도쿄여행] 익숙해질때쯤

06.여자혼자도쿄여행[나리타공항 편]

늘 사고는 평화롭던 날에 일어난다.





띠링 : 너 숫자 못 읽지?(친구 1)
띠링 : 이 정도면 수행비서가 따로 필요한데.. (친구 2)
띠링 : 뭘 어떻게~ 또 자고 오면 되지(이모티콘 웃음)

엄마의 문자를 마지막으로
그 비행기는 저를 여기에 둔 채로 활주로를 달려요.

맞아요. 비행기를 놓쳤어요.
한국에서 한번, 홍콩에서 한번, 일본에서 한번
그리고 지금 막 일본에서 또 한 번

홍콩에서 놓쳤을 땐 너무 일찍 얼리버드 티켓을 예매한 탓이었어요.
자주 놓칠 뻔한 저는 이번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무리하게 일찍 공항에 도착해 당당함과 뿌듯함이 섞인 표정으로 여권과 티켓을 내밀었죠.

_This ticket is Yesterday.
_What?(나 원 참)

한국에서 놓쳤을 땐 제 입으로 말하기도 창피하네요.
 
자랑은 아니지만, 놓칠 뻔한 적은 놓친 적보다 더 많아요.
공항에 늦게 도착해 짐을 붙일 시간이 없어 요원(?)에 둘러싸여 비행기를 탄 적도 있고,
비행기 놓칠까 뛰다가 캐리어 바퀴가 빠진 적도 있고,
덩치 큰 흑인을 치고 가는 바람에 '오 마이 갓' 영화 찍을 뻔한 적도 있어요.




방금 제가 놓친 비행기는 한국 가는 마지막 비행기라네요.
여유를 넘어 우아하기까지 해 보였던 항공사 직원의 말

_내일 아침 아홉시 이십분 비행기가 한국 가는 첫 비행기예요.

공항 숙박 당첨과 함께 배가 아파지기 시작했죠.
긴장이 풀려서인지 위가 뒤틀려, 의자를 부여잡고 식은땀을 흘리는데 한 분이 다가왔어요.

_어디 아파요?
_네 배가…….
_택시 불러줄까요?

'잠깐 택시? 그 살인적인 가격이라는 도쿄의 택시? 병원이 어딘지도 모르는데...'

_괜찮아요.
_그럼 구급차 불러줄까요?

'잠깐 구급차? 일단 나리타공항은 도쿄 시내와 엄청 멀다. 한국에서도 타봤던 구급차는 가격이 어마어마했는데,
지갑에 얼마 있지,,? 3000엔? 2000엔? 아 그것도 아까 썼지... '
  
_괜..찮아요

거의 울기 직전에 목소리로 두 번을 거절하자.
그분은 미련 없이 가버리셨어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화장실로 뛰어갔죠.

캐리어도 버리고 급한 불을 끄고 돌아오는데, 캐리어 앞에 아까 그분이 서있어요.
네모난 약봉지와 함께

_이거 먹어요. 그럼 좀 괜찮을 거예요.

이 과한 친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하지만 이 순간 살고 싶어요.
감사하단 인사말을 하고, 약을 받아 입에 넣었더니 순식간에 괜찮아졌어요.






_비행기를 놓쳤어요.
_정말요? 이제 공항은 문을 닫아요. 저쪽에 만남의 광장이 있는데 그곳이나 아마 열거예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데려다줄게요.

알고 보니 그분은 공항에서 일하는 분이셨고, 친절하게 밤새 연다는 그곳에 데려다주었고
새벽에 내가 괜찮은지 한 번 더 보러 와주었어요.

일본의 친절함은 유명한 그대로예요.
물론, 개인적인 친절함이라고는 생각해요.
타인에게 엮이지 않기 위해, 타인과 나눠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구역을 지키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는 나라지만, 저는 그 개인적인 친절함이 좋아요.




이곳에서 우연히 찾은 모든 것들이 좋았습니다.
또 우연히-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립고 그리워지겠죠?
다시 또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나라에 대해 로망을 만들어요.
지나가다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에 저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 가보고 싶어졌고
나의 감성의 딱 맞는 일본 영화 한편에 가마쿠라로 여름휴가를 정하기도 하고요.

로망은 이렇게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지요.

사실 상상하고 버무리고 키워놓았던 로망은 실제를 접하면 많이 사라지기도 해요.
그런데, 막상 여행에선 로망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거예요.
언제라도 뒤돌아 봤을 땐,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사진 한 장쯤은 가슴속에서 찍어줄 테니까요.

‘그럼 떠나볼까..?'
오늘 밤은 낯선 곳으로 떠나고픈 밤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늘 여러분의 여행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지금 혼자 타국에서 계실 모든 분들의 외로움이 멋있습니다.
우리 평생 여행하며 살아요.











#그리고 이번에도 나의 통장잔고를 미래 결혼식에게 양보하지 않고...
비행기 값으로 홀라당 써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나에게 고마워.

다음편은 프랑스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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