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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현 Sep 20. 2016

[프랑스여행] 불안함이 포함된 나이

같은 곳에 가봤다는 것만으로도 동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같은 곳을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책 주인을 살피게 돼요.

지하철에서 흰 수염을 길게 늘어트리고, 체크 베레모를 누구보다 잘 소화하고 계신 한 할아버지
'끌림'을 읽고 계셨어요. 왠지 저 할아버지 낭만을 아실 것 같아요.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_
내 앞자리 한 여자가 '그래도 사랑' 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책에 밑줄까지 쳐가며, 자세히 보니 책 속에 메모를 적어 두었죠.
나와 책 읽는 습관이 비슷해 
고개를 삐쭉 내밀어 한번 더 그 여자를 관찰하게 돼요.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같은 곳에 가봤다는 것만으로도 
애정도가 +1 상승돼요. 
+1의 효과는 생각보다 커서, 마음을 핑크빛으로 몽글몽글 부풀게 할지도 몰라요.





여행 중 보물이라는 표현은 
새로운 길을 걷다가 아는 곳을 만났을 때 써요. 
그럼 뭔가 나만의 지도가 생긴 기분이랄까?

또 이럴 때 도요.
1. 가고자 하는 곳에 버스 번호를 알았을 때 
2. 혹은 걸어가는 방법을 알았을 때

자유여행객들은 위험도 감수하고 편리성을 위해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위에 방법들을 알면 나만의 지도가

생기고 마치 현지인이 된 듯 짜릿한 기분이랄까?


저번 날에 왔던 길이니깐 아는 길이니까 

그렇게 습관처럼 한 곳으로만 가다 보면 
여행이 지겨워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어요. 


그럼 안 좋은 기억으로 변질될 수 있으니 
새로운 골목도 들어가 보고 다른 출구로도 

나가보고 또 저기 잘 안 보이는 길 끝까지 가 

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골목들을 만나기도 하며 결국 알게 되는 길과 만나게 되는 우연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렇듯 혼자 여행은 도전 정신을 높여주어요. 

사실 여행에서 가장 큰 준비물은 저에겐 이런 용기예요.

그럼 떠나볼까..?' 
오늘 밤은 보물을 발견할 마음이 드는 밤이 되었으면 해요.








_나 왜 슬픈 걸까?

슬퍼하지 않으려고 이곳으로 도망쳐왔는데
울컥하지 않으려웃고 있는데 
억지로 즐거운 척했더니 피로함이 몰려온다.

'보고 싶다 정말' 

애정의 책임이란 오롯이 본인의 것 같습니다.






순수하지 않아졌어요.
미치도록 누군가를 좋아한 결과가 그런 걸까요?
   
순수하게 마음 가는 쪽으로 사랑했다는 
꽤 그럴듯해 보이는 첫사랑의 결과가 
나에게 자신감을 빼앗았고다른 사랑에 대해 불신을 갖게 만들었으며
그 불신을 아무렇지 않게 다음 사람에게 습관으로 옮겨 놓아요.
   
그럼 얼마큼 빼앗겨 버렸는지도 모르는 순수함을 저는 어디서 찾아와야 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 나이에 순수함이 필요는 한 걸까요? 그 순수함을 찾다가 내가 사랑에 진건 아닐까요?


아무래도 사랑한테 순수함은 필요치 않은 것 같아요.





피곤할 때 먹는 카페인은 마치 마약같이 몸을 노곤노곤 정신을 흐물흐물하게 만들어요.
그래서인지 피곤할 때 먹는 커피 한 잔은 마약같이(?) 달콤해 저는 일부로 즐기는 것 같기도.... 





아무 책이나 꺼내 하루 종일 읽고, 
만화책(완결이 나온, 20권 이상 되는)을 과자들과 함께 뒹굴며 보고, 
보고 싶던 영화들을 찾아보다가, 듣고 싶은 노래를 찾아 듣다가 
다음날 아침은 못 만나게 되더라도 
이런 단조로운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고 싶은데, 
'나는 아홉 살이 아니지 않는가?' (요즘 아홉 살도 이렇게 살기 힘들다던데
아무리 행복해도 행복한 것만 골라 할 수 없는 스물아홉이 되었어요. 
모든 행복에 불안감을 넣어놔 뭐 하나 맘 편히 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제 불안함이 포함된 나이가 되었죠.





저는 주로 책과 영화에 잘 동요돼요.

청춘은 지금 뿐이다.’ ‘떠나보면 알게 된다.’ 
책 제목에 동요되어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지금까지도 못 찾던 허나 앞으로도 찾을 생각은 없어 보이는 
나를 찾겠다며 쉼표를 찍고


남자친구와 헤어져 과하게 괜찮은 척 궁상맞게 살고 있는데,
가끔 봐야 사이좋은 엄마의 잔소리, 억지로 나간 친구 모임에서 
한 친구가 내민 청첩장으로 알게 모르게 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찍고
인생에 다양한 이유로 쉼표를 찍어요.

물론 쉼표 후에숨이 조금 상쾌해질 수 있겠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하죠. 
가끔은 더 큰 그리움을 동반해올 때도 있고요. 
이쯤 되면 또 나의 지랄 맞은 성격 탓이라 인정해야겠어요. 







여러분은 어떨 때 쉼표를 찍어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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