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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현 Sep 27. 2016

[여행에세이] 졸린데 자긴싫고

044. 한 달





횡단보도 빨간불 
여자는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길 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그 사람처럼 보였다. 

저기 저 남자의 우산이 그와 똑같다. 
혹시 그가 아닐까...?
모자를 쓴 저기 저 남자의 뒷모습이 그와 너무도 닮았다.
혹시 그가 아닐까...?
방금 스쳐간 남자에게서 그와 같은 냄새가 난다.
맞다 그가 맞다. 

_빵빵!!

정신 차리라며, 차들이 클랙슨을 울려대는데도
그의 손을 잡고 싶어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아니다. 
이 세상에 그가 있긴 있었던 것일까?

그날 이후로 여자는 굳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헤어짐을 친구에게 말하지도, 더 이상 위로받지도 않았다.
갑자기 울어버려 사람들을 놀래 키는 일도 그만두었다.
머리를 자르겠다며 청승떨지도 않았고, 일부로 그의 물건들을 치우지도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을 해버리면 이젠 헤어짐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서...
  
남자는 자기를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여자는 좋은 추억을 주어 고맙다는 멍청한 말로 그를 달래줬다.

그랬으면 괜찮아져야 하는데,
여자는 한 달이 지나도 전혀 괜찮지 않았다.
너무 괜찮은 척 한 나머지 
너무 말도 안 되게 빨리 이해한 나머지 
너무 보고 싶어 달려갈 뻔했다.

그런데, 이 세상에 그가 내가 같이 존재했던 시간이 있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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