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현 Oct 02. 2016

[여행에세이] 졸린데 자긴

063. 이러는 건, 그때 내가 행복했기 때문이다.






여자는 이틀째 이상한 꿈을 꾸고 있었다.
이상한 꿈이란 그 사람이 출연하고, 장르가 멜로에서 격정 그리고 스릴러로 변경된 것을 말했다.
그런 이상한 꿈에서라도 더 보고 싶은지 여자는 꿈속을 쫓는다.

창문을 때리는 거센 빗줄기가 다행히도 여자를 현실로 돌려놓았다.
꿈을 깨니, 허무함이 여자를 몰아친다. 
‘비참하다는 건 이런 걸까?’


기억상실증에 걸릴 수 있는 약이라도 있다면
한 통 다 털어 넣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코스프레라도 할 텐데
기억상실증에 걸릴 수만 있다면 
농구 골대 밑에 서서 떨어지는 농구공을 머리에 맞겠다며 미친 여자 코스프레라도 할 텐데
‘이정도면 이미 미쳐 버린 걸까?’


_우두두두둑
창문을 바람과 비가 번갈아 괴롭히며 여름의 장마를 알린다. 
세상이 잠시 비로 어두워 여자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내가 우울한 건 비를 탓해도 될 테니깐
잠시 다 젖어버리는 건 우산이 없었다. 핑계 댈 수 있으니깐 

깜깜한 하늘도 탓하며, 여자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두꺼운 이불을 얼굴 끝까지 올리며 주문을 걸 듯 중얼거렸다.
‘추억을 쓰다듬으며 잠들지 말자. 추억을 더 이상 틀어주지 말자.’ 


추억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여, 그를 내 옆에 두지 않기를
다시 깨어났을 땐, 더 이상 그와 함께할 추억 따윈 없다는 걸 조금은 인정하기를 
















BLOG_ http://darhyang.blog.me/

MAIL_ darhyang@naver.com


carre de volume

Copyright ⓒ Janghyehyun.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쉬어가는 타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