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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playlist] 이를테면, 사랑으로 태어나

드뷔시부터 프랑크까지, 첼로 소나타로 만나는 네 명의 작곡가

by 유진


드뷔시, 풀랑크, 이자이, 프랑크의 첼로 소나타를 중심으로 : 2025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금호악기 시리즈 정우찬 레파토리

정우찬 CELLO

오늘 오후 7시 30분에 열리는 공연! 아마 있다가 관람하게 될 것 같은데, 관련 레퍼토리를 오늘도 미리 정리해 본다. 본 공연은 첼리스트 정우찬이 금호 악기 시리즈로 무대를 올린다. 바이올린은 친숙하게 들어봤지만 첼로를 단독으로 들어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바이올린이 위로 높게 향하는 빛의 소리면 첼로는 목소리와 닮은 악기다.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깊고 단단한 울림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네 곡은 모두 첼로가 중심이 되는 소나타다. 곡 제목이나 작곡가 이름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면 훨씬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1. 전쟁 속에서도 음악을 선택한 드뷔시 –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L.135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작곡되었다. 드뷔시는 암 투병 중이었고, 프랑스는 전쟁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는 프랑스 음악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여섯 개의 실내악곡을 계획했고, 이 곡은 그중 첫 번째로 완성된 작품이다. 첼로가 부드럽게 속삭이다가도 날카롭게 치고 나가는 흐름을 따라간다. 인상주의의 섬세한 색채와 프랑스 바로크의 기품이 어우러져 있다.


들으면 첼로가 호랑이처럼 기지개를 켜는 느낌이 난다. 이 곡은 드뷔시가 암 투병 중에 전쟁 한복판에서 쓴 곡인데 희한하게도 절망보다는 자존심과 생명력이 느껴진다.

2악장에서 첼로가 비꼬듯이 리듬을 툭툭 던지는데, 피아노가 못 들은 척할 때가 있음. 그 유머가 은근 매력적이다.

3악장은 갑자기 활기 넘치는데, 뭔가 “그래도 난 내 식대로 끝까지 가겠다”는 느낌. 드뷔시답게 끝까지 자기 색깔을 지킨 곡.
악장 구성
1악장: Prologue (서곡)
느리게 시작하며, 첼로와 피아노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둡고 안개 낀 분위기다.

2악장: Sérénade (세레나데, 저녁 노래)
리듬이 불규칙하고 장난기 있다. 첼로가 살짝 비꼬듯이 연주하고, 피아노가 그에 반응한다.

3악장: Finale (피날레, 종결부)
에너지가 넘치는 마지막 악장이다. 첼로와 피아노가 밀고 당기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간다.


2. 노래하는 첼로, 그리고 재치 있는 풀랑크 –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P.143

1940년에 초안이 작성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완성은 1948년에 이루어졌다. 풀랑크는 첼로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첼리스트 피에르 푸르니에의 조언을 받아가며 이 곡을 완성했다.

이 곡은 전반적으로 듣기 편하고 유쾌하다. 프랑스 특유의 우아함과 익살스러움이 함께 담겨 있다. 특히 2악장 '카바티네'는 작곡가 자신이 ‘첼로의 노래’라고 부를 만큼, 부드럽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풀랑크는 약간 재치 있는 클래식 작곡가다. 늘 장난스러운데, 그렇다고 가벼운 건 아니고. 특히 이 곡은 2악장 ‘카바티네’에서 첼로가 정말 사람처럼 노래한다.쓸쓸하지만 예쁘고, 슬프지만 무너지진 않는다.

이 곡 쓸 때 풀랑크가 “나 첼로 잘 몰라서 좀 도와줘…”하면서 푸르니에랑 머리 싸매고 고심한 걸 생각하면, 귀엽고 정성스럽기도 하다.

카바티네는 듣자마자 멜로디가 꽂힐 것 같다. 말도 많지 않은 느낌. 3악장은 진짜 짧고 귀엽다. 꼭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촬영 NG 같은 느낌이 있기도. 갑자기 끝나버리는 그 타이밍도 유쾌하다.

악장 구성
1악장: Allegro – Tempo di Marcia (빠르게 – 행진곡 느낌의 템포)
첼로와 피아노가 경쾌하게 주고받으며 시작한다. 리듬이 뚜렷하고 힘이 있다.

2악장: Cavatine (카바티네, 서정적인 노래)
조용하고 부드러운 멜로디가 중심이다. 첼로가 마치 노래하듯 선율을 끌어간다.

3악장: Ballabile (발라빌레, 무곡 스타일)
춤곡 느낌의 짧고 경쾌한 악장이다. 유머 감각이 살아 있다.

4악장: Finale (피날레, 종결부)
다양한 리듬과 선율이 활발하게 오가며 마무리된다.


3. 첼로 혼자 말하다 – 첼로 독주를 위한 소나타, Op.28

1924년에 작곡되었으며, 벨기에의 첼리스트 모리스 마레샬을 위해 쓰인 곡이다. 반주 없이 첼로 혼자서 연주하는 곡으로, 연주자에게 높은 기교와 감정 표현을 동시에 요구한다.

이 곡은 첼로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복잡한 복음주법, 빠른 아르페지오, 급격한 다이내믹 변화 등 다양한 기법이 등장하며, 깊은 내면을 드러내는 독백처럼 들린다.

이건 첼로 혼자 하는 1인극. 반주도 없고, 숨 쉴 틈도 없고, 대신 말이 필요 없는 진심이 있다. 첼로가 갑자기 절규하듯 튀어나오다가도

악장 구성
1악장: Grave (그라베, 엄숙하게)
저음으로 천천히 시작된다. 내면의 무거운 감정을 드러낸다.

2악장: Poco Allegro (포코 알레그로, 약간 빠르게) 리듬이 살아 있으며 다양한 연주기법이 활용된다.

3악장: Largo (라르고, 매우 느리게)
여백이 강조된 악장이다. 고요함 속에서 무게감이 느껴진다.

4악장: Finale – Allegro (피날레 – 알레그로, 빠르게 마무리)
긴장감 있게 마무리된다. 첼로의 에너지가 집중된다.


4. 사랑에서 태어나 첼로로 다시 울리는 프랑크–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

1886년,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의 결혼 선물로 처음 작곡되었고, 이후 첼리스트 쥘 들사르가 첼로 버전으로 편곡해 프랑크의 승인을 받았다. 첼로로 연주될 때, 보다 따뜻하고 묵직한 울림이 살아난다.

이 곡은 순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선율이 여러 악장에서 반복되며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다.


바이올린이 조금 더 찬란하고 맑게 노래한다면, 첼로는 훨씬 더 따뜻하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이야기. 말보다는 편지에 가깝고, 선물이라기보단 고백에 가까운 느낌.

1악장에서 나오는 선율이 계속 돌아온다는게 포인트. 같은 선율인데, 매번 표정이 다르다. 3악장은 첼로가 갑자기 혼잣말을 시작하는 느낌. 생각이 많아진 것처럼 울림도 크고 깊다.

마지막 악장에선, 처음 등장했던 선율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다시 등장. 처음엔 몰랐던 감정이 마지막에 와서 확 퍼지는 그런 구조다.

악장 구성
1악장: Allegretto ben moderato (적당히 빠르고 절제되게)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2악장: Allegro (빠르게)
리듬이 분명하고 선율이 활발히 움직인다.

3악장: Recitativo – Fantasia (레치타티보 – 환상곡)
즉흥적인 흐름이다. 첼로가 말하듯 연주한다.

4악장: Allegretto poco mosso (조금 움직이며, 약간 빠르게)
처음의 선율이 다시 등장하며 곡을 정리한다.



그리고 정우찬 연주가는 내가 좋아하는 이든콰르텟의 멤버이신 점.. (키키)

기대가 되는 오후 1시 32분!!!

https://www.instagram.com/reel/DHckDyZTapC/?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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