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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바흐베토벤리스트?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_ 김지훈 피아노 독주회를 기다리며

by 유진

'서울시민예술학교'이라고 들어보셨는가?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예술교육전문공간이다! 오늘 이곳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관람 예정인데.. (설렌다.. 다시 시작된 제2차 클래식부트캠프) 예습해야지!

무작정 달려드는 게 좋다

센터는 각각 용산, 양천, 서초, 강북, 은평에 위치해 있고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주로 시각, 음악, 문학, 전통, 무용 등 장르별 특화 예술교육인 것 같은데 전공자가 아니어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것 위주인 듯?

알아서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주면 나야 좋다.....

전공자들의 시선에서 시민들에게 어떤 측면이 재미가 있을지 쏙쏙 소개해주는 느낌! 기관 소개글이 맘에 들어서 살짝 긁어왔다.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셰프의 인생이 담긴 맛있는 음식을 만났을 때
오래도록 기다리던 것을 마주하고
벅차오르는 감동을 표현할 때 말합니다.

“와 - 예술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예술 앞에서 주저합니다.

“나는 아는 게 없어서” “해본 적이 없어서”
“왠지 어렵고, 재미없을 것 같아서”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서요”

예술은 이미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는데 말입니다.
서울시민예술학교는 생각합니다.
예술이 처음이라 낯선 사람
관심은 있지만 기회가 없었던 사람부터
일상의 즐거움과 새로운 영감이 필요한 사람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고 나누고 싶은 사람까지
누구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좋은 계기를 만듭니다.
올~~~~~~~~~~~~~~~~~~

가장 좋은 건 강좌 대부분이 무료다...! 주로 선착순 신청을 받으니 관심 있으면 교육 신청 오픈 날짜를 미리 알아두고 신청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미 봄시즌 프로그램 마감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흐흐 그래도 이번엔 나도 수업 몇 개 건졌다! 현악기 메이커 스페이스 강좌 듣고 싶었는데... 아숩)

다 들으려는 욕심을 버려! (싫어!)

이를테면, 오늘 예정된 '김지훈 피아노 독주회'도 그렇다. 시범대관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이며, 4월 28일 한국예술종합학교 KNUA홀에서 열릴 독주회의 프리콘서트라고 한다. 오 미리 보기 대박


[김지훈 피아노 독주회]

� 2025년 4월 23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 5층 서울체임버홀 �️ (서울시민예술학교 사이트에서 신청)


그렇다면, 처음 뵙는 김지훈 피아니스트께서 어떤 레퍼토리를 가져오셨는지 살펴보자.

바흐-부조니: 샤콘느 d단조, BWV 1004

Bach, Busoni Chaconne in D minor BWV 1004 Arthur Rubinstein
바흐가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의 마지막 악장으로 남긴 이 곡은, 종종 아내의 죽음을 기리는 음악으로 해석된다. 짧은 반복 주제 위에 변주를 얹는 샤콘느 형식 안에 삶과 죽음, 상실과 구원을 정제된 언어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후 부조니가 이를 피아노로 편곡하며, 피아노의 음향으로 바흐의 깊이를 더 넓고 웅장하게 펼쳐 보였다. 이 곡을 듣는 것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신에게 보내는 무언의 기도 속에 앉아 있는 느낌과 비슷하다. 어떤 말보다 절제된 음의 반복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무게 있는 고요함 속에서 마음이 맑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내면을 고요하게 정리하고 싶은 이에게 이 곡은 하나의 의식이 되어준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번 C장조, Op.2-3

Ludwig van Beethoven Piano Sonata No.3 in C Major, Op.2/3 (최희연)
베토벤이 하이든에게 헌정한 이 초기 소나타는, 젊은 베토벤의 패기와 자신감이 가득 담긴 곡이다. 세 악장으로 구성된 이전의 관습을 깨고, 네 악장으로 확장된 이 곡은 그 자체로 선언문이다. ‘나는 이제 나의 언어로 음악을 하겠다’는 그의 다짐처럼, 형식과 표현 모두에서 자유를 향한 열망이 느껴진다. 이 곡을 들으면 베토벤의 밝고 유머러스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악장은 경쾌하면서도 명확하고, 반복되는 테마 속에서 일상의 작은 쾌감을 떠올리게 한다. 젊음의 명랑함, 혼자의 생각,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지함까지 한 곡 안에 오롯이 녹아 있다.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도 충분히 생기와 리듬감을 선사할 수 있는 곡이다.


리스트: 발라드 2번 b단조, S.171

Ballade No.2 in B minor S.171 Pf. Jin Woo Park(박진우)
리스트의 두 번째 발라드는 이야기처럼 흐른다. 낭만시대의 이야기꾼이자 연주자였던 리스트는, 곡 전체에 극적인 구조를 부여해 서사처럼 흘러가는 감정의 곡선을 설계했다. 조용한 시작에서 폭풍 같은 중반을 거쳐, 결국 평온한 종결로 닿는 여정은 마치 한 사람의 내면을 따라 걷는 것 같다. 이 곡은 단지 화려한 기교를 위한 곡이 아니다. 격정과 사색이 번갈아 등장하는 흐름 속에서,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고조되고 정리되는지를 ‘듣게’ 만든다. 삶의 복잡한 결을 음악으로 정리해 주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조용히 감정을 환기하고 싶은 날, 마음의 파동을 음악에 실어 흘려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바흐.. 어려운 것 같더니 듣다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음원으로 살짝씩만 들어봐도, 예사롭지 않은 곡들이 분명하다. 명곡의 냄새가 난다.. 이런 곡들은 진짜 실제로 공연장에 가서 들어봐야 진가가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건반 소리 또랑또랑~!!~!@!@ 듣고 후기 쓸 생각 하면 벌써 재미있다. 마음에 남길 문장들을 오늘의 연주가가 선물해 줄 수 있을지 살짝 기대해 봐야겠다. 오늘 공연 외에도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에서 클래식 관련 교육이 많이 진행되는 것 같은데, 관련 4월~6월 프로그램 일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프로그램북을 확인하셔라!

우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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