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봄의 협주곡과 심포니 송을 기다리며
오늘의 곡들은, 그냥 봄이다. 봄!
아직 4월이라 벚꽃이 만연해야 할 것 같은데 요새 너무 덥다. 벌써 이렇게 더우면 6월 부터는 어째요? 저저번주 목요일에도 롯콘이었는데 이번주도 목요일에 롯콘을 가게 되었다.
(나만 즐거운 동일성)
포스터가 보라색인거 보니,
아주 짙은 라일락 느낌의 봄을 피우려나 보다 (라고 예상중)
오늘의 작곡가는 누구일까.
아마 신디 콕스는 현대의 자연, 엘가는 전쟁 이후의 내면, 그리고 슈만은 봄의 완연한 시작을 보여주겠다. 세 작품 모두 감정의 밀도와 시간의 결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그 안에는 공통된 실루엣이 하나 있는데? 바로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것. 그것을 세 작곡가는 각자의 언어로 노래한다. 빠르게 살펴볼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이 봄을 어떻게 붙잡는지 알아보고 싶다.
Cindy Cox : Dreaming a World’s Edge (2022)
신디 콕스: 세상의 끝을 꿈꾸다 (아시아 초연)
미국 작곡가 신디 콕스의 이 작품은, 자연의 취약성과 소멸에 대한 감각에서 출발한 현대 관현악곡이다. 사진작가 토마스 조슈아 쿠퍼가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외딴 지역에서 찍은 풍경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그 고요하면서도 위태로운 감정을 음악으로 옮겼다. 전통적인 형식은 없다. 그러나 귀를 기울이면 들린다. 얼음이 깨지는 소리, 바람이 터지는 순간, 숨을 멈춘 공간의 공명. 2022년 세인트 폴 체임버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되었고, 이번 연주는 아시아 최초의 무대이다.
Edward Elgar : Cello Concerto in e minor, Op.85 (1919)
엘가: 첼로 협주곡 마단조, 작품 85
1919년.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침묵 위에, 엘가는 이 첼로 협주곡을 썼다. 이전의 엘가와는 결이 다르다. 이 곡에는 화려한 서사가 없다. 대신 오래된 그리움, 정제된 분노, 말 없는 체념이 첼로를 타고 흘러나온다. 4악장 구성은 단순하지만, 첼로는 그 사이를 아주 조심스럽게 건넌다. 첫 음부터 마지막 음까지, 연주자는 마치 오래도록 눌러두었던 한 사람의 고백을 풀어내듯이 연주해야 한다. 이 곡은 영국을 대표하는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가 생애 후반에 선택한 곡이기도 하다. 들으면 오래 남는다.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Robert Schumann : Symphony No.1 in B-flat Major, Op.38 “Spring” (1841)
슈만: 교향곡 제1번 ‘봄’ 내림나장조, 작품 38
1841년의 봄, 슈만은 처음으로 교향곡을 썼다. 결혼 후, 클라라의 격려 속에서 단 며칠 만에 초고를 완성했고,그 곡은 펠릭스 멘델스존의 지휘로 라이프치히에서 초연되었다. 이 곡은 시작부터 끝까지 ‘봄’이라는 단어가 뚜렷하다. 생기, 새싹, 햇살, 바람, 그리고 다시 찾아온 시간. 그가 받은 영감은 시인 아돌프 뵈트거의 시에서 비롯되었지만, 음악은 시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따뜻하다. 특히 마지막 악장은 봄의 엔딩 크레딧처럼 아름답다. 한 계절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몇 번이고 다시 올 것을 예감하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신난다, 신난다! 이제 벚꽃잎도 사뿐히 바닥에 내려앉은 이 시점,
오케스트라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작곡가들의 ‘봄’을 다시한번 만끽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