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어떻게 다른가?

클래식 초보도 빠져드는 음악의 물리학

by 유진

어떻게 사람마다 소리(연주)가 다를까?

똑같이 악기를 들고, 활을 들고, 똑같이 긋는데 누구는 차갑고, 누구는 따듯할까? 어떻게 서로 다른 음이 발현되는 걸까? 어디서부터 유발돼서 어떤 형태로 손끝에서 펼쳐지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오늘 아침 대략 한 8시 50분쯤에 스쳤다. 내 머릿속 사고로 해결하기엔 어려운 물음인 것 같아서 12시쯤에 전자도서관을 슬렁슬렁 어슬렁거리며 관련 도서를 찾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담았는데 가장 내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아래의 책이 적합해 보였다.

출처 l 알라딘 존 파웰 (지은이), 장호연 (옮긴이)
2012년에 처음 출간한 이후 독자들로부터 꾸준히 관심을 받아온 책으로, 십 년 만에 다듬어져 새로이 출간되었다. 좋은 곡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어떤 곡조는 우리 귀에 좋게 들리고 어떤 곡조는 끔찍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름다운 소리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물리학자이자 음악가인 저자는 이 책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에서 바로 이런 과학적인 궁금증들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매혹적인 음악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음악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떤 원리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귀를 잡아채는 팝송의 매력, 모차르트의 조성에 얽힌 비밀, 작곡에서 화성이 하는 역할, 왜 어떤 음들은 서로 충돌하고 어떤 음들은 조화롭게 들리는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와 레드 제플린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의 공통점은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음악의 과학과 심리학에 관련된 문제들을 재치 있고 유쾌하게 풀어주는 이 책은, 악보를 읽을 줄 모르는 일반인들은 물론 전문 연주자에게도 소중한 책이다. (출처: 알라딘)

1장 그래서 음악이 뭐라고?
2장 혹시 나한테도 절대음감이?
3장 음악적 음과 비음악적 소음
4장 똑같은 음인데 실로폰과 색소폰의 소리는 왜 다를까?
5장 악기의 원리
6장 신비로운 음량의 세계
7장 화음과 불협화음
8장 옥타브 분할과 음계
9장 자신만만한 장음계와 감성적인 단음계
10장 모든 음악은 리듬이다
11장 음악을 직접 만들고 싶다면
12장 음악을 듣고 싶다면

야금야금 읽다가 8장까지 읽었는데, 너무 집중해서 읽었나 9장이 어렵다. 흐흐; 에너지를 8장까지 너무 소비해 버려서 9장의 장음계와 단음계 말고도 엄청난 설명들이 아주 디테일하게 나오는데 (끼약!) 아무래도 9장은 내일 읽거나 있다가 이불속에 파고들어서 눈에 담아야 할 듯싶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구절은 어디였던가? 함께 되새겨보자.


대다수의 사람에게 음악이 바로 이렇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그냥 즐기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지금도 나는 그레이비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모르지만, 음악의 구성요소는 어느 정도 여러분에게 설명할 수 있다. 나는 음악가들이 어떻게 현과 나무 조각과 튜브의 길이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기분을 쥐락펴락하는지 이 책에서 설명할 참이다. : 이 부분에서 내가 이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얼마나 든든한가? 이 가득 느껴지는 전문성!


음악은 100퍼센트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음악의 창조적인 면의 밑바탕에도 엄연히 논리가 존재하고 공학과 물리학의 법칙이 작동한다. 지난 2,000년 동안 음악과 악기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예술과 과학이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받아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클래식 음악을 듣다 보면, 소나타 1~3악장을 듣고 익숙해지다 보면 이상하게 클래식이 마냥 음악처럼 안 느껴진다. 약간 예쁘고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소리 모음집 같달까? 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 크게 동의했다. 사실 우리 주변의 대부분에는 과학이 밑바탕 되어 있지 않은가? 음악 구조도 그 사실을 피할 순 없겠다. 누구보다 입체적으로 또 계산적으로 치밀하게 구성되었기 때문에 내가 '아름답다'라고 느끼는지 모르겠다.


음가는 음의 길고 짧은 지속시간을 말한다. (...) 음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특성은 '음높이'이다. (...) 현과 현 사이의 음높이 간격이 중요하다. (...) 절대음감이 있다는 말은 이런 표준적인 음들의 음높이가 장기기억 속에 고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 이 내용에서 내가 가장부족한 이론적 지식을 습득했다. 물론 지금도 머릿속에 분명히 정의 내려진 건 아니지만, 손가락을 들어 그림을 살짝 그려볼 수는 있겠다. 아, 음가는 시간이구나. 음높이로 개성이 발현되고, 현과 현 사이에는 간격이 존재하는구나.. 이 책을 보지 않았더라면 절대 몰랐을 내용이니 갑자기 얻게 된 수확에 기분이 좋았다. 키키


그리고 마음에 딱 남았던 문장. "음악은 우리의 감정에 작용해서 기분을 바꿀 수 있다." : 맞다. 내가 얼마나 좌지우지되던가? 좋은 공연을 만나면 무슨 엄청난 로또에 당첨된 사람처럼 마음이 붕붕 뜰 때도 있고, 너무 깊은 감정선을 만나버려서 기분이 착 가라앉아 버린 채 후기를 우다다 나열할 때도 있다. 좋아하는 연주자의 공연 때는 보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게 아쉬워서 속상할 때도 있고, 생각지 못한 관점을 열어주는 연주를 만나면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영감과 기운에 아득해질 때도 있다. 이러니까 내가 클래식을 못 놓지.


결국 악기라는 것은 통제된 방식으로 음을 만들어내도록 설계된 장치일 뿐이다. 그리고 음악가는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폐의 힘을 활용하여 무언가를 고정된 주파수로 진동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 결과로 음이 만들어진다. : 맞다. 진짜 몰입적인 공연을 보면 그날의 연주자가 사람으로 안 보인다. (긍정의 의미) 진짜 그냥 소리의 파형을 전달하기 위해 나무 악기를 든 또 한 명의 진동체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같은 고도로 능숙한 스킬과 스타일을 가진 연주자를 보면 딱 그런 기분이 든다. 사람이 아니라 내가 악기를 보러 왔구나.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Sergei Prokofiev

화성이라고 해서 항상 조화로운 것만은 아니며, 작곡가는 가끔씩 긴장을 높이다가 적절하게 풀 줄 알아야 한다. 미국의 록 뮤지션 프랭크 자파는 밀었다 당겼다 하는 긴장감이 없는 음악을 가리켜 "잘생긴 사람들만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며 통렬하게 꼬집었다. : 진짜 있다. 유달리 클래식이 뻔하고 부드럽고 졸리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지점일지도 모르겠다. 유달리 뭔가 지루하다는 건 굉장히 안정적이고 딱 사람들로 하여금 좋은 음들로만 구성된 곡을 들은 것일지 모르겠다. 그럴 땐 진짜 특이한 걸 들어보면 좋다.


특이하다는 건 무엇인가? 보통 것이나 보통 상태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르다는 것이다. 두드러지게 다른 음악이 뭐가 있을까? 뻔하다! 바로 현대음악(!!!!) 아 엄청 특이하다. 어제 chatgpt와 함께 현대 음악 작곡가 중 한 명인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설명을 들었다.

매끄러운 리듬 속에 장난스러운 아이러니, 우아하면서 거친 그 느낌!!!!!

얼마나 흥미로운가? 물론 딱 들어보면 뭔가 불편하고 이상한데 한 번씩 괜찮은 흐름이 나온다. 그 매력이다 사실! 당장 클래식의 입문하시는 분들이 프로코피에프 소나타 1,2번을 들으면 적응하는데 퍽 오래 걸리겠지만, 만약 나처럼 오히려 현대 음악이나 불협화음을 활용하는 작곡가들의 음악에 익숙해진 뒤 다들 아는 유명한 작곡가(베토벤, 모차르트, 슈만 등)를 들으면 그들이 갑자기 천사표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사람이 늘 받기만 하면 안 된다. 불협화음에서 한 번 거칠게 놀려져야 감사한 줄 알고..(농담입니다)


이외에도 배운 게 또 있다. 클래식 공연 프로그램 노트를 보면 '대위법'이나 '푸가'에 대한 용어가 자주 나올 때가 있다. (특히나 레퍼토리에 바흐가 있다면) 항상 용어를 보고, 무슨 뜻인가 살펴봤다가 그 시점에만 딱 기억했다가, 금세 까먹어버리는데 이 책에서 간단히 설명해 주니 머리에 두 용어가 좀 남는 것 같았다. 저자에 따르면 대위법이란, 하나의 선율을 또 하나의 선율로 반주하는 기법이라 칭했다. 가장 유명한 대위법은 '돌림노래'라고 말하면서, "다 같이 놀자 동네 한 바퀴~"로 설명해 주니까 단숨에 이해되었다. 푸가는 그 대위법이 서로 얽히며 곡의 중심을 이루는 형식이라고 했고, 이 푸가의 대가가 바흐임을 밝혀주었다. 그래서 그렇게 푸가와 바흐가 자주 사용되었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아직 읽고 있는 와중이지만, 얻어낸 정보가 너무 많다. 아직 내 첫물음에 대한 대답을 온전히 스스로 대답할 순 없지만, 뭔가 내 궁금증을 함께 살펴봐주는 친구가 한 명 생긴 기분이다. 말투도 약간 내 깔이다! (번역책이지만) 암튼, 꼭 내일은 9장을 읽어야지.. 사실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많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책들이다.

다들 꽤 유쾌하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또 전문성 있게 클래식을 다루고 있는 책들이니 관심 있으시다면 함께 읽어봐도 좋겠다. 참고로 나는 이다음엔 위화의 책을 읽으려 한다. 오늘도 하나 잘 배우고 가는 하루다!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 알라딘 / 서울국제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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