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쉬운 일이다

20250802

by 유진

색다른 경험을 했다. 하고 싶은 일을 애써 참았더니, 생각지도 못한 불행이 왈칵 덮쳤다. 보통이라면 그 일을 하지 않아도 예상 밖의 재미나 다른 즐거움을 발견하기 마련 아닌가? 그런데 이번엔, 오히려 되레 훨씬 더 크고—멀리 보면 별일도 아닐—요상한 일이 생겼다. 나는 평소 ‘만약’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린다. 지금 나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내가 제대로 확인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어땠을까... 오늘은 그 ‘만약’ 중 하나가 갑자기 눈앞에 쿵 하고 나타났다. 순간적인 일이라 놀랄 틈도 없었다.


오전의 내가 원망스러웠다. 그때 미루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언제 그렇게 눈치를 봤다고 망설였던 걸까. 원하는 일도 못 했는데 불행까지 겹치니 마음이 더 뒤숭숭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걸 알면서도, 당장은 복잡하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움직였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그놈의 ‘만약’은 왜 이렇게 끈질길까.


스스로 한계를 정해버리는 것도 문제다. 눈치도 지나치게 본다. 사실, 내가 원하는 대로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누군가 거대한 손가락으로 나를 지목한다고 착각한다. 아쉬운 일이다. 인생이 늘 행복할 순 없다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덮친 파도를 견디는 시간은 참 막막하다. 그냥 빨리 지워버리고 싶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욕심만 커진다. 그릇을 치우듯 간단한 일이 아니니까. 애써 괜찮은 척, 다 내려놓은 척해도 결국 남는 건 피로다. 입으로는 내려놨다 말하면서도 마음은 전혀 정리되지 않는다. 덮는다고 상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외면한다고 뭐가 달라지던가.


요즘 너무 좋은 일만 있었던 것 같다. 행복에도 총량이 있는 걸까. 즐거움이 있다면 반드시 그 반대도 따라오는 법. 그래서 인생이 재밌다고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다. 늘 웃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여러모로 아쉽다. 맷집이 부족한 건 이런 순간에 드러난다. 낮에는 괜찮은 척 상황을 분석하고 아무 일 아닌 듯했지만, 돌아서니 눈 밑엔 멍이 들고 가슴 아래는 뻥 뚫린 것 같다. 왜 그때 향하지 않았을까. 자꾸만 그 순간의 나를 원망하게 된다.


‘그랬어야 했는데’, ‘할 걸 그랬다’, ‘왜 그랬을까’ 같은 말만 머릿속에 맴돈다. 내가 했다면 달라졌을 텐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그냥 그 순간 시키는 대로 몸을 일으켰다면 좋았을 텐데.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아쉬움이 자꾸만 밀려온다. 잊기로 마음먹었는데도, 혼자 있으면 다시 그때의 감정으로 되돌아간다. 하루가 아직 지나지 않아서일까. 그리운 듯하면서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어렵다. 여전히 복잡하다. 얼른 몇 개월쯤 흘렀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사라질 감정은 아니겠지만, 그냥—흘러가버렸으면. 마음을 텅 비울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참, 바라는 게 많은 것 같다. 보고 싶어하는 것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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