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Poulenc: Les Chemins de l'amour
후기는.. 일단 뒤로 미루고
6시도 다 되어가는데 들으면서 하루 마무리하시죠
느긋하게! 스스로의 고생을 다독이면서!
폭설이 잔뜩 내려온 길목을 자박자박 부츠로 걸어오다 벽난로가 있는 통나무집에 들어온 기분. 빨갛게 익어버린 손을 타닥이는 불 앞에 놓고, 따듯한 온기에 깊게 숨을 내뱉어 보는 기분. (핫초코도 건네받았다. 마음으로.) 피아노가 "놀랐지.." 하며 다 안다는 식으로 내려와준다. 바이올린은 아주 높게 또 낮게 날지 않고 그 중간 언저리에서 부드럽게 머물러 놀란 마음을 살펴준다. 지나온 시간을 감싸려는 마음이 보인다. 그럼에도 충분히 울려주고, 기다려주는 건 여전하다.
한 음이 놓여질 때마다 작은 미세한 파동이 보인다. 이 부드러운 흐름이 좋다. (정형적인 것도 좋긴 해!) 마음이 안정적인 기분이다. 내가 그냥 눈을 감고 듣기만 하면 되는 길목이다. 하늘빛의 바람이다. 약간의 오렌지색도 섞여 있다. 진짜 감정의 고저가 안정적이다. 오늘 했던 곡이 모두 정말 많이 깊었는데, 이 소리가 나를 진정시킨다. 살짝 위안도 되는 것 같고. 다독이는 것 같기도 하고. 끝까지 머무르다 결국엔 사그라진 바이올린 소리가 살짝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