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에 시작한데요. 토요일 11시 53분에 알립니다 (앵커야?)
날씨가 우중충한 듯, 괜찮은 듯, 알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지금 창밖을 제대로 내다보진 않아서 오늘의 하늘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집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분위기를 살펴보면 이번 주의 이상한 더워추워흐려 바이브를 다 껴안고 있는 것 같다. 그냥 시원하게 폭우 한 번 제대로 쏟아지면 좋겠다. 근래에 이렇게 비를 기다려 본 적이 있던가.. (ㅠ) 곧 12시가 다가온다. 오늘도 하콘은 이어서 진행되겠지. 밖에 외출도 나가기 귀찮고 심심하신 사람은 옆구리에 하콘 틀어놓고 노닥여보는 경험 어떠신가?? (좋다) 난 지금 이든 콰르텟의 슈만 현악 사중주를 끼고 이 글자들을 내려놓고 있다. (콩쿠르 실황이라 확실히 조금 더 정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흐름이 하콘 때와 대비되어 재미가 있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하콘 때 슈만.. 나중에 요리조리 적어봐야지) 왜 이렇게 적을 게 많은지, 할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수다스러웠었나? 아니다. 아마 재밌기 때문이지! 그냥 이래저래 살펴보고 풀어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아직 멀었다는 소리다!!!)
클래식은 딱 좋은 곡을 하나를 발견해도 청취과정이 상당히 길다. 곡 자체로 10분 이상인 곡도 있고 5분은 우습게 넘긴다. 근데 실황 음반이냐 녹음본이냐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고, 실제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명감도 있다. 사람들이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공연장에서만 잔뜩 느낄 수 있는 '귓청을 압도하는 배우의 성량과 압도적 앙상블'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면모를 클래식 공연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대중가요나 뮤지컬은 대체로 그 안에 이미 스토리가 내포되어 있고, 우리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야. 이런 가치관으로 이 음악을 탄생시켰고, 세계관, 사상을 조금만 깊게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식은 어떨까? 가사도 없고, 정말 일차원적으로 들어봐야 한다. 작곡 배경을 누가 쉽게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나의 환경에선) 검증된 사실인지 아닌지 몰라도 이 곡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인터넷에 내가 수소문해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아, 이런 곡이 이런 상황에서 탄생했구나! 알게 된다. 다만, 나는 음악 전공생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곡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어디에 집중을 해야 하는지, 어디서 놀라움을 느껴야 하는지 그들만의 '전공 용어'로 파악할 수 없다.
클래식은 나에게 또 하나의 도화지다. 보이지 않는 도화지. 내가 그려내야 그제야 그 음들이 내게서 정체성을 확립한다. 내가 어렵다. 어렵다. 생각하면 웅웅 거리며 거리를 두는 게 음이지만, 내가 손을 뻗으면 눈처럼 녹아드는 게 또 이것이다. 클래식은 내가 어떤 것을 느껴야 하는지 정해두지 않는다. 세계관도 없다. 일단 들어라. 듣다 보면 무언가 보인다. 보인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느껴지는 말소리다. 음의 흐름은 누군가가 내게 남겨놓은 일기장 같다. 활자로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정말 순전히 듣다 보면 마음이 내려앉기도 두근거리기도 하다. (내가 그래서 요새 책이 눈에 안 들어온다. 읽을게 너무 많은 요즘이지 않는가?) 지금 여기까지 말을 남겨보니 알겠다. 내가 요새 말이 많다 느낀 건, 지금 현재 이 순간에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말이 많기 때문이었다. 어찌나 다채롭게 쫑알거리는지! 친구를 몇 명이나 끌고 오는 건지! 걔네가 하는 말을 계속해서 되새기고 자꾸만 들어볼 수밖에 없다. (버전도 많으세요~~) 어쩌겠나? 받아들여야지!
하콘이 뭐냐고 물으시면, 아래와 같다.
+ 끼약!!! 지금 환상곡 한다1!!!!!!
https://www.youtube.com/watch?v=ndp5l0qlX5o
제발 들어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