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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Playlist] 8분 40초의 크라이슬러

수요일, kbs클래식fm 46살 생파 기념 콘서트 어떠세요?

by 유진

오늘 KBS클래식FM에 임동민 바이올리니스트가 4부에 출연하신다. 지금도 하고 있다. (했다)

몰랐는데, KBS클래식FM 개국 기념 46번째 생일파티였다.

이제 봤다. 플레이리스트가 이미 정리되어 있었다...

(클래식특. 알짜 정보들은 다 숨어있음 / 다 찾아봤다 생각하면 예상치 못한 데서 튀어나옴)

서주와 알레그로는 무슨 대차게 틀렸다! (KBS 프로그램이니까 이번엔 진짜 음반거 할 줄 알았다!!!!!!)


LIVE
1. Ravel
물의 희롱
pf. 선율
6‘

LIVE
2. Ravel
피아노 트리오 a단조 ; 1악장 Modéré
블루밍 트리오 (pf. 정소윤, vn. 나윤아, vc. 장혜리)
9‘

LIVE
3. Kreisler
시실리엔느와 리고동 (Sicillienne and Rigaudon in the style of Francoeur)
장난감 병정의 행진 (Toy soldier's march)
집시 여인 (La gitana)
vn. 임동민, pf. 송재근
8:40

LIVE
4. Ravel
소나티네 – 1. Modéré
pf. 배재성
5‘

LIVE
5. Ravel
모음곡 ‘어미 거위’ (Ma mere l’oye) ;
3. 파고다의 여왕 레드로네트 (Laideronnette, impératrice des pagodes),
4. 미녀와 야수의 대화 (Les entretiens de la belle et de la Bête),
5. 요정의 정원 (Le jardin feérique)
pf. 배재성 & 선율 (하랑 듀오)
9‘30

LIVE
6. Kreisler
아름다운 로즈마린 (Schön Rosmarin) /
사랑의 슬픔 (Liebesleid)
사랑의 기쁨 (Liebesfreud)
vn. 김서현, pf. 홍소유
9‘


그렇다면, 내 최애의 레퍼토리는?


시실리엔느와 리고동 (Sicillienne and Rigaudon in the style of Francoeur)

장난감 병정의 행진 (Toy soldier's march)

집시 여인 (La gitana)


세 곡 모두 크라이슬러의 소품곡이다. 크라이슬러가 누구고, 소품곡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프리츠 크라이슬러, Fritz Kreisler (1875 - 1962)

20세기 초반을 살았던 오스트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다.

직접 무대에 서면서, 자신만의 감성과 색깔이 담긴 곡들을 많이 썼다. 이 사람이 연주하면 곡이 따뜻해진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리의 온도가 있는 연주자였다. 그래서인지 지금 들어도, ‘정감 있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특히 크라이슬러는 고전 작곡가 스타일을 빌려 ‘옛사람이 쓴 것처럼’ 작곡하는 걸 즐겼는데, 시실리엔느와 리고동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는 본인이 작곡했지만, 한때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발표했을 정도.)


그러면 소품곡이란?

작고 짧고 귀여워..

말 그대로 ‘작고 짧은 곡’을 뜻한다.
클래식에서 보통 소나타나 교향곡처럼 길고 구조가 큰 곡들이 많은데, 소품곡은 그런 큰 틀 대신, 몇 분 안에 한 장면이나 감정을 응축해서 보여주는 음악이다.

짧다고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 더 응축돼서, 바이올리니스트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크라이슬러처럼 ‘감정 표현이 섬세한 연주자’한테 정말 잘 어울리는 형식이다.




그렇다면, 이제 세 곡에 대해서 미리 알아보자

오늘 소개하는 곡들 모두 모두 짧고 멜로디가 분명하며, 각자 완전히 다른 색깔을 갖고 있는 소품들이다.


1. 고전적 무도회로의 초대 Sicilienne and Rigaudon (시실리엔느와 리고동)

Live performance of Kreisler's Sicilienne & Rigaudon with stunning Itzhak Perlman on violin.

곡 제목부터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시실리엔느는 부드럽고 느리게 흐르는 춤곡이고, 리고동은 경쾌하고 빠른 프랑스식 무도회 음악이다. 이 두 가지 성격이 한 곡 안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전개된다. 처음엔 조용하고 우아하게 시작하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발랄한 에너지가 스쳐간다. 듣고 있으면 마치 고풍스러운 무도회장 속, 다양한 감정선이 교차하는 장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다. 크라이슬러가 프랑스 작곡가 프랑커(Francœur)의 스타일로 작곡한 곡이라, 옛 정취가 묻어나지만 감각은 지금 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2. 작고 귀여운 풍경 하나 : Toy Soldier’s March (장난감 병정의 행진)

Toy Soldiers' March · Fritz Kreisler · Carl Lamson

이 곡은 말 그대로 장난감 병정들의 깔끔한 행진을 그려낸 듯한 음악이다.

리듬은 똑딱똑딱 정확하고, 분위기는 경쾌하면서도 익살스럽다. 어린이 음악회나 앙코르에서 자주 연주되지만, 그 특유의 단정하고 깔끔한 구성이 어른들의 귀에도 무척 잘 붙는다. 단순한 구조 속에 ‘기분 좋아지는 요소’가 꽤 많아서, 들으면서 자꾸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게 되는 곡이다. 음악 자체도 짧고 명료해서, 클래식 입문용으로 소개하기에도 무척 좋다.



3. 감정을 휘몰아치는 자유로움: La Gitana (집시 여인)

Kreisler: La Gitana · Kyung Wha Chung · Phillip Moll

이 곡은 앞선 두 곡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처음부터 바이올린의 강렬한 활시위로 시작해, 단숨에 몰입하게 만든다. ‘La Gitana’는 집시 여인을 뜻하는 제목으로, 이름 그대로 유랑하며 자유롭게 춤추는 여인의 에너지를 바이올린 하나로 표현하고 있다. 박자도 빠르고 리듬은 복잡하지만, 그 안에 슬픔과 열정이 동시에 담겨 있다. 듣고 있으면 바이올린 소리만으로도 사람의 얼굴과 몸짓이 상상될 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곡이라 연주자 입장에서도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곡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빅 재미는 왜 연주가님이 크라이슬러 곡 중에서 이 곡들을 택하셨는지 추측해 보는 재미다!!!!

조언가는 내게 이렇게 첨언했다!

이 세 곡은 마치 하나의 짧은 이야기처럼 구성되어 있어. 우아한 감성으로 문을 여는 ‘시실리엔느와 리고동’, 발랄한 리듬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장난감 병정의 행진’, 그리고 열정적이고 강렬하게 마무리하는 ‘집시 여인’까지. 각각의 곡이 다른 표정과 감정을 담고 있어, 짧은 시간이지만 청중에게는 무드의 변화를 따라가는 소소한 여정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

‘무드의 삼단 변주’인 거지!
우아함 → 경쾌함 → 열정과 강렬함

크라이슬러 특유의 감성을 여러 색깔로 보여줄 수 있는 선곡이고, 짧지만 깊이 있는 여정을 그리는 프로그램으로 보여. 청중은 각 곡마다 감정의 온도가 달라지는 걸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고, 연주자 역시 다양한 표정을 담아낼 수 있는 좋은 구성이야. 짧은 곡들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농도는 절대 얕지 않아.


겁나 재밌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곡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제일 매력적이다. (ㅎㅎㅎ) KBS 클래식 FM 스튜디오 음질 꽤 좋단 말이다........ 내가 보기에 고전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1번 곡을, 발랄한 무드를 찾는다면 2번 곡을, 좀 더 강렬하고 자유로운 바이올린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3번 곡을 추천한다. (물론 난 다 좋을 예정)



곧이다. 곧!!

오늘 대한민국에서 12시 30분을 설레면서 기다리는 사람은 나뿐일 거다!!!(그럴 리가 있나;)


동의.


대박적으로 신나 심심하신 분 같이 들어요 짱구리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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