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어딘가 평범한 벤치와 너무나도 무더운 여름을 아는가?
여름은 특히나 그런 것이다.
그런데 혹자는 이 여름을 싱그럽고 청춘의 계절이라고도 칭한다.
그와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정답은 현상에 있지 않았다.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였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것이 인생을 뒤바꾸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발견을 통해 비로소 대상은 재구성되는 것이다.
플래시를 터뜨리는 순간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갯민숭달팽이처럼.
그 발견을 통해 자신을 세상에 흙을 통해 드러낸 작가가 있다.
그녀는 무엇을 바라봤길래 그토록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인지 알아보고 싶어졌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가님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희대학교 도예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도예학 석사과정을 하고 있는 최예은입니다.
Q. 작가님은 졸업 후에 대학원을 진학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졸업 전시 때 작가님 작품은 무엇이었고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었나요?
네, 작년에 진행한 저의 졸업 전시의 테마는 갯민숭달팽이였습니다.
어릴 적 관심사가 계속해서 작업에 드러나고 계속해서 이어져 졸업 전시 작업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졸업 전시 작품은 갯민숭달팽이를 소재로 작업했고 ‘당신의 색은 무엇인가요?’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얀 갯민숭달팽이 몸통의 꼬리에서 실제로 존재할 것 같지만 존재하지 않는 형상의 꽃이 다양한 색깔로 피어나며 자신의 꽃을 당당하게 터뜨리는 모습으로 두 마리의 갯민숭달팽이를 제작했습니다.
갯민숭달팽이는 바닷속 심해에서 살아가는 후새류과의 생명체인데 이들의 색과 패턴 형태가 정말 다채롭습니다. 그래서 수중사진작가들에게 중요한 촬영 소재가 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바닷속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기에 촬영을 그냥 진행하게 되면 어두운 무채색으로만 나타나게 되고 플래시를 터뜨리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존재해야만 그들 본연의 색과 패턴 형태가 나 타납니다.
저는 이 플래시를 터뜨리는 과정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본인의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고 각자의 개성, 가치관, 정체성, 색깔을 숨기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우리 개개인은 갯민숭달팽이가 플래시를 터뜨렸을 때 본연의 색과 패턴 형태를 드러내는 것처럼 본인의 플래시를 터뜨려 본인만의 색깔을 드러내기를 바라며 제작한 작업입니다.
Q. 작품들이 유약을 활용한 다양한 컬러의 작업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데요. 작업 초반부터 이런 작업에 흥미가 있으셨나요?
네, 저는 학부 때의 작업에서도 유약을 활용한 다양한 색채와 텍스처 작업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제가 흙이라는 소재에 강한 매력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흙을 사용하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가마 안에서의 소성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 소성 과정은 제가 통제할 수 없고 그날의 온도, 습기, 날씨, 우연 모든 것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유약이라는 부분은 제 손을 떠나 마치 요술램프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처럼 1,250도의 가마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매우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Q. 이런 다채로운 작업들을 하려면 많은 영감과 그를 녹여내는 정제의 과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작업을 할 때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업을 하시나요?
저는 주로 저의 감정과 일상의 사소함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제작하는 제작자가 저이기 때문에 제 감정에서 드러난 이야기를 작업으로 표출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사소한 일상의 발견, 예를 들면 남겨진 과일에서 피어난 곰팡이 속에서의 새로운 형태 패턴, 버려지듯 한 길가에 피어난 익숙하지 않은 꽃 등 제 시선이 스쳐 지나가고 머무는 곳에서 계속해서 영감을 받고 더욱더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Q. 흙을 사용하는 작가로서 작가님의 작품이 흙이라는 소재를 거치며 그 속에 어떤 의미가 담기게 되나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제가 작업하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 그 소재에 의해 제재와 통제를 당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얻어내는 과정이 저에게 특별한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CHAT GPT 같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인공지능이라면 이 과정이 의미가 없겠지만 어디로 변화할지 모르는 사람이기에 이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예를 하는 작업자가 주로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왜 굳이 흙으로 제작하나요?라는 질문인데 저는 이 질문에 항상 같은 답변을 합니다.
Q. 감정과 일상의 이야기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만큼, 평소 작업 때에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실 것 같은데요.
사실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과 기쁨은 항상 같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 작업을 시작할 때 두려움이 항상 존재하는데 그 두려움을 그냥 '시작하자'라는 행동으로 밀어버리면 결국엔 원하는 이미지의 결과물이 완성되더라고요.
작업을 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형태를 성형하는 과정과 완성이 되었을 때 그리고 어떠한 공간에서 그 공간과 분위기, 온도, 습도 사람들, 자연 모든 것과 어우러져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질 때 가장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상을 타거나 인정받았을 때도 물론 기쁘지만, 그 기분은 정말 한순간인 거 같아요.
Q. 작품을 보다 보니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이 궁금해졌는데요. 작가님이 평소 작업을 하는 과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모든 것을 처음에 전부 정해두고 작업하지 않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오는 즉흥의 요소, 그 순간의 감정들이 폭발해서 만들어내는 요소들을 너무 사랑해요.
하나의 모티브를 정해두고 작업을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형상을 드로잉과 머릿속에 담아두고 그대로 직진해서 작업을 시작하고 완성합니다.
Q. 작가님의 작업 중 가장 힘을 쓴 (애정이 가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또, 이런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게 되는 관람객들이 주목했으면 하는 점은 어느 부분일까요?
아무래도 작년 졸업 전시 때 진행한 ‘당신의 색은 무엇인가요?’라는 조형 작업인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완성되었다가도 한순간의 실수로 전부 부서지기도 하고 촉박한 시간 속에서 저를 갈아내며 만들어낸 작업이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제가 달팽이를 너무 사랑하는데 그 사랑하는 존재에서 작업을 이끌어와서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저는 제 작품을 관람객이 만났을 때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꼭 제가 담은 이야기가 아니어도 작품을 감상하며 새로운 감정과 영감을 관객 개개인이 느낀다면 정말 큰 영광일 것 같습니다.
Q. 이러한 작품활동으로 작가님에게도 많은 영향이 갔을 것 같은데요 작품활동을 하며 작가님 내부에서
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요?
무언가(사물이나 물체)를 보고 계속하는 상상이나 고민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계속해서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제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떠오른 새로운 이미지나 이야기들을 통해 한층 더 작가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Q. 작가님이 앞으로 표현해 나가고자 하는 세상이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향후 어떤 활동을 펼쳐나가실 계획이신가요?
저는 정확히 지칭되지 않는 저만의 도자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제 작업의 포인트가 실제로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을까? 이렇게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은 지칭되지 않는 이미지와 이야기가 포인트이기 때문에 하나의 도자 세계관을 만드는데 지속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이미지의 유기체들과 달팽이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려갑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정말 재밌는 것, 신나는 것, 저만이 아닌 우리가 모두 신나는 세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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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의 시각으로 포착한 세상의 모습이 더 궁금하다면 작가의 인스타그램(@yeniyeni.kr)에 서 작품을 더 만나볼 수 있다.